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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현장실습에서 잊힌 교육의 가치취재 |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실태를 점검하다
  • 김규민 기자
  • 승인 2018.05.13 02:32
  • 수정 2018.05.13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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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인 지난 1일(화)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설립한 특성화고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2016년 5월에 있었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의 피해자 김 군은 특성화고를 다니며 현장실습을 나갔던 ‘은성PSD’에 취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이에 작년 7월 사고 현장인 구의역에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의 현장실습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특성화고 학생들의 인권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엔 제주도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이 군이 프레스를 조작하던 중 사고를 당해 또다시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사건 한 달 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2018년부터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아직도 특성화고 학생들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장실습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서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성화고 졸업생 노조 강정민 씨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많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근로를 해도 기본수당으로 계산되는 경우도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토로했다. 지난달 30일 청주노동인권센터가 발표한 ‘충북지역 26개 특성화고 학생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특성화고 재학생 중 18%가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주휴수당을 받은 비율은 그중 12%에 그쳐 법정수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교육을 받으러 간 특성화고 학생들이 기업의 값싼 도구로만 취급받는 상황은 10년 전부터 지속돼왔다. 이수정 노무사는 “이명박 정부가 고졸 취업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후 취업률이 지나치게 강조됐다”며 “취업률에 따라 학교 지원금을 차등해서 주니 전공과 관련없는 준비되지 않은 산업체에 교육을 맡기는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여건이 되지 않는 곳에도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을 보낸 결과는 참혹했다. 임금문제를 비롯해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기도 하며 학생들의 생명과 직결된 크고 작은 안전사고까지 반복된 것이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무엇이 문제인가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는 청소년 노동에 대한 단일 기준의 부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노동관련법, 청소년 관련법 등 여러 법이 청소년 노동문제에 적용돼 혼란을 빚었다. 노동강도는 성인에 못지않음에도 그에 대한 처우를 보장할 법안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관련 법을 적용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김종훈 의원은 지난 1월 29일 ‘청소년 노동 보호법안’을 발의했다. 본 법안은 청소년에 적합한 노동조건 기준을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현재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이 법안에 대해 이수정 노무사는 “독일 연소자 근로 보호법에서 우리나라 상황에 필요한 부분만을 빌려왔다”면서도 “단일한 보호법이 급하게 만들어지는 것보단 현재 우리 법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실습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며 문제는 현장실습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이를 악용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강정민 씨는 “현장실습 제도의 허점을 노려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을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악덕 회사들이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무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실습은 꼭 필요한데도 일부 기업으로 인해 문제점만 주목받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현장실습 전면 폐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1만 6천여 명의 청원인을 모으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월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폐지하지 않는 대신 선도기업으로 인정받은 업체만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일수 2/3가 지난 학생들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근로 형태로 이뤄진 계약 때문에 청소년 노동자들이 일반 노동자와 같이 장시간 노동을 진행하거나, 위험한 직무에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교육부 연구사 A씨는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선점기업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이수정 노무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사일정 2/3가 지난 시점은 그동안 학생들이 현장에 나간 시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기 취업을 전면 폐지해도 실제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며 “지금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업무협약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을 선별해 취업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서 현장실습을 학습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하나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윤자호 연구원은 교육부 개정안이 안이하다고 지적하며 “노동현장에 학생을 파견하는 형태는 유지한 채 법 조항만 강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서 책임져야 하는 교육을 노동현장에서 수행하는 게 옳은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교육훈련 체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면 학생들의 기본적인 교육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노동현장에서 직무능력을 기반으로 한 인사채용관리가 요원한 실정에서 전공 교육과 현장의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 노동의 경계에서 잊힌 학생의 권리

이처럼 현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노동과 교육의 의미를 모두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해당사자 간에 노동과 교육의 의미를 편의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윤자호 연구원은 “교육이기 때문에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업무기 때문에 교육보다 노동의 의미가 커져 버리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이수정 노무사는 “노동현장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쓰고 보내는 식으로 현장실습제도를 인식하니 당연히 안전이나 교육이 소홀하게 다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현장도 결국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현장실습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문제”라며 “정말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그들을 취업현장에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자호 연구원은 “교육은 교육기관이 전담해야 한다”며 “한국 노동현장이 교육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함께 공동실습소나 직업교육훈련기관 위탁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안적인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강정민 씨는 “현장실습을 하다 학교로 복귀하면 학교가 ‘그것도 못 버티냐’는 식으로 눈치를 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학교가 실패를 겪은 학생들에게 적절한 해결방안을 주는 게 아니라 나무라기 때문에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더라도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 윤 연구원은 “학교에서 학생이 취업률 경쟁 도구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사고를 막으려면

특성화고 노조는 현재 노동청에 노조 설립허가를 내고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다. 윤자호 연구원은 “성년인 사용자에 비해 미성년자인 현장실습생이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번 노동절에 출범한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의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며 “이해 대변단체가 생겼으니 부당대우를 경험했을 때 대응 통로가 확보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강정민 씨는 “특성화고 노동자들도 일반 노동자들이 누리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뿐”이라며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들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일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생들로서 교육권을 누릴 자격이 있으며, 노동할 때는 노동자로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윤자호 연구원은 “당면한 과제는 특별 근로감독의 시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습생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부당대우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며 “현장실습 운영 과정 및 정책 개선 과정에 현장실습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현장실습제도는 교육의 이름으로 불릴 수 없다. 무엇보다 관련 주체들이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개선방안이 제시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규민 기자  asxcv9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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