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캠퍼스 취재
내가 그리는 학업의 청사진, ‘학생설계전공’
  • 조현상 취재부 차장
  • 승인 2018.05.27 04:59
  • 수정 2018.05.27 04:59
  • 댓글 0

2008년 가을학기에 처음 도입된 ‘학생설계전공제도’(설계전공)는 학생이 직접 주전공 및 타 전공의 교과목을 조합해 교과과정을 구상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설계전공을 통해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고 학교에 없는 자신만의 융합학문을 새로이 구상할 수 있다. ‘미디어컨텐츠경영학’ ‘범죄학’ 등 단일 전공의 교과목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참신한 커리큘럼이 매년 만들어지면서 설계전공은 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주전공 및 복수전공으로 설계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에 비해 부전공으로만 설계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는 설계전공의 존재가 덜 알려진 편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설계전공의 신청을 위한 절차를 살펴보고 그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서류 준비·섭외·심사, 설계전공 신청의 3단계 절차=설계전공을 신청하기 위해선 학생이 직접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설계하려는 분야와 관련된 교수 3명 이상을 섭외해 적격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학생이 설계한 커리큘럼에 타당성과 체계성을 부여하고자 기본적인 심사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다.

신청 학생은 첫 단계인 서류 준비를 통해 자신이 진행할 커리큘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신청 학생은 해당 커리큘럼을 신청하는 사유를 담은 ‘학생설계전공 신청서’, 설계전공 커리큘럼에 포함시킬 각 학과의 전공 교과목을 적은 ‘학생설계전공 교과과정표’, 직접 고른 전공 교과목의 수강 계획을 밝히는 ‘학생설계전공 이수계획표’, 이를 자신의 주전공 교과목과 어떻게 병행할지를 설명하는 ‘주전공 이수계획표’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들 서류가 구비되고 나면 신청 학생은 주전공 지도교수를 비롯해 설계전공 커리큘럼에 대한 자문 및 심사를 해 줄 3명 이상의 교수를 직접 섭외해야 한다. 이렇게 섭외된 교수진은 신청 학생만을 위한 ‘학생설계전공심사위원회’(심사위)라는 별도 조직으로 구성돼 커리큘럼의 통과 여부를 심사한다. 심사위는 공식적으로는 적합성 심사를 진행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학생의 커리큘럼을 보완하는 멘토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심사위는 서류제출 전 각 분야의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구성의 타당성, 교과과정의 적합성 여부 등을 신청 학생에게 조언해 프로그램의 체계를 잡아준다. 심사위의 조언을 바탕으로 보완된 커리큘럼은 심사위, 신청 학생의 소속 학과장, 소속 단과대의 학장 및 본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는다.

◇설계된 커리큘럼을 연구 성과로, ‘학생자율연구’=학생자율연구는 학부생이 스스로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아 연구 성과를 제출하는 기초교육원의 교양강좌로, 설계전공 신청 학생은 해당 교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만 한다. 설계전공을 신청한 학생은 승인된 커리큘럼과 관련된 주제로 학생자율연구를 수행한다. 김지현 교수(기초교육원)는 “3개 전공 이상의 교과목이 혼합된 설계전공 커리큘럼을 학생 혼자서 단기간 내에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최대 2명의 교수와 대학원생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연구논문을 쓰도록 해 과목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학생자율연구 수업을 통해 수행한 연구의 내용은 중간평가 간담회에서 일차적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학생이 최종 연구보고서를 기초교육원에 제출하면 성적을 부여받는다. 학기 말에는 학생들과 교수들이 학생자율연구를 통해 연구한 내용을 토의하고 공유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설계전공,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이처럼 설계전공은 체계적인 절차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신청 현황은 저조한 편이다. 그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설계전공에 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별도의 안내 창구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학사과에 따르면 부전공으로 설계전공을 승인받아 커리큘럼을 이수 중인 학생은 2017년 기준 10명이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의 승인 건수를 합쳐도 단 49명에 불과하다.

참고할 만한 선례 없이 자율적으로 모든 커리큘럼을 완성하다 보니 신청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 역시 크다. ‘신경건축학’ 설계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준비 중인 배상윤 씨(생명과학부·15)는 “개설하려는 커리큘럼이 신생 학문인 데다 선배들의 참고자료가 없어 초기에 애를 많이 먹었다”며 “열심히 준비해도 커리큘럼 통과가 보장되지 않아 신청 학생들이 부담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에 학사과는 “관련 서류나 절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계전공제도를 운영하는 타 대학의 경우 제도의 장점인 자율성은 살리되 전공 교수를 연결해 주고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보조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1998년부터 설계전공제도를 도입해 체계를 확립한 서강대의 경우 홈페이지에 기존에 개설됐던 설계전공 교과목들의 사례를 소개해 학생들의 막연함을 해소하고 있으며, 본부에서 직접 교수진에 메일을 보내 설계전공과정을 개설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서강대 학사지원팀은 “컨설팅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다면 해당 분야에 적합한 전공의 학과장 또는 교수에게 연락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의 명단을 학과 공지에 게시하고 있다”며 설계전공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본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설계전공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결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증명했다. 하지만 부전공으로서 설계전공은 선행 사례가 적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제한돼 있어 학생들이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계전공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학교는 학생들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참고할 만한 선행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서울대에서도 여러 사례를 참고해 부전공으로서 설계전공이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조현상 취재부 차장  tony28@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현상 취재부 차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