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를 다룬 작가, 카프카의 글 모음집 나와

불안, 소외, 좌절 등을 의미하는 ‘카프카에스크(kafkaesk)’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세계에서 유래했다.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가 생길 만큼 카프카는 세계의 문학 연구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작가이며, 오늘날까지 그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카프카의 글을 모은 책 『꿈 같은 삶의 기록』(솔출판사)이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은 기존에 발간됐던 편집본이 아닌, 새롭게 찾은 카프카의 글 원본을 충실하게 번역했으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글도 소개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카프카가 남긴 잠언과 미완성 작품들을 수록한 『꿈 같은 삶의 기록』은 총 2권으로 구성됐다. 1권은 1897년에서 1917년까지의 글을, 2권은 1917년부터 카프카가 사망했던 1924년까지의 글을 담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카프카 생전에 미발간됐던 모든 글들이 실렸다. 미완성 소설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와 산문 「사냥꾼 그라쿠스」외에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시 「오고 감」 등이 수록됐다. 또 카프카가 글을 쓸 때 첨삭한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어 카프카의 잠언들에 대해 기존과 다른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발견된 카프카  원고

국내 최초로 번역해

 

역자인 이주동 교수(서강대 독어독문학과)는 “문학 자체를 존재의 이유로 여겼던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에 매우 엄격했다”며 “사망 시에도 ‘이미 인쇄된 작품을 제외한 모든 유고 작품을 읽지 말고 태우라’ 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을 높게 평가한 동료작가 막스 브로트는 당시 그 유언을 따르지 않고 원고를 직접 편집, 출간해 카프카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그는 1925년 『소송』을 슈미데 출판사에서 출판하기 시작해, 이후 1946년 미국 쇼켄 출판사에서 ‘카프카 전집’을 발간했다.

 

그러나 카프카의 원고가 온전히 보전된 것은 아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인 카프카의 작품은 나치당국에 의해 발간이 금지됐으며, 원고의 행방도 묘연해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브로트본 카프카 전집’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1961년에 카프카의 가족이 보관해온 원고가 발견됨에 따라 ‘브로트본’의 오류가 지적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카프카 비판본 카프카 전집’이 1982년부터 발간됐다. 이 교수는 “브로트는 원고를 편집하면서 소설 『실종자』를  『아메리카』로 제목을 잘못 붙이거나 카프카의 독특한 표현들을 문법에 맞춰 고쳤다”며 “이는 통례적인 독서과정을 방해하는 모순적 구조를 지닌 카프카 텍스트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책은 솔출판사가 기획하고 한국 카프카 학회가 참여한 ‘카프카 전집’ 발간 작업의 일환이며, 기존의 ‘브로트본’이 아닌 ‘카프카 비판본’은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됐다. ‘카프카 전집’기획은 1997년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장편소설인 『성』, 『실종자』와 단편 모음집 『변신』 외에도 카프카의 편지 및 산문 모음집 등 총 7권이 출간된 상태이다.

 

 

‘카프카 전집 기획’의 일환

현재 7권 발행돼

 

이 중 카프카가 1913년부터 1924년까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정리한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의 경우 카프카의 산문문학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프카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구절에 대해 이 교수는 “그에게 있어 문학은 고정된 사고의 틀에 충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프카 전집’과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솔출판사의 박상미씨는 “장편소설 『소송』과 편지 모음집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가제), 그리고 일기 모음집 『카프카의 일기』(가제)도 발간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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