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지 벌써 7년째다. ‘김민수 문제’는 재임용제도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려 헌법재판소로부터 기간임용제관련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내고 대법원의 판례를 바꿨다. 이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된 것은 학문의 자유라는 대학의 본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했을 때, 이 엄청난 신분상 불이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심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놀랍게도 전무했다. 그에게는 법원에 호소하는 것 이외에 달리 대안이 없었으며, 더 놀라운 것은 재임용 탈락은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당시의 대법원 판례였다.

 

2000년 초 1심은 사건에 대해 “재임용거부처분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김 교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은 그 사건을 각하시켰지만, 올 4월 대법원은 “교수재임용문제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려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하였고, 현재 김 교수 문제는 고등법원의 본안심리를 앞두고 있다.

여기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학교 측의 태도다. 그간 학내외에서 해직의 부당함과 복직요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명해왔고, 재판과정에서 “재임용심사보고서가 허위사실을 기재하고 심사보고서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 보고서였음”이 드러났음에도 당사자인 미술대학이나 대학당국은 어떤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 오지 않았다. 이런 처사는 대학이 학문적 규준의 문제를 외부의 판단에 맡긴 것으로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국회의원은 필적조회를 통해 재임용 심사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조직적으로 저질러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제라도 대학당국은 사안의 중대성을 직시하여 김 교수의 재임용 탈락조치가 과연 올바른 절차와 판단에 의한 것인지 엄정하게 규명하고 미술대학 당사자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못한다면 김민수 교수가 겪는 고통은 개인적 불행이 아닌 서울대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최갑수 

서양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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