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8 한류드림기부콘서트를 둘러싼 논란, 무엇이 문제였나

지난 7월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경제」 등 유명 언론사에서 서울대 총동창회와 재단법인 관악회가 주식회사 ‘트라이그람스코리아’와 기부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했다. 트라이그람스코리아 강찬고 대표는 2016년 6월 사기, 유사 수신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인물이었다. 해당 기사엔 총동창회가 학내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함께 실려 있었다. 총동창회에 문의한 결과 10월 21일 대운동장에서 개최될 공연에 유명 아이돌 그룹인 ‘워너원’의 출연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표는 어떻게 배부할 계획인지, 재학생을 위한 자리는 있는지, 학내 언론의 보도가 허용되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시작부터 말썽이던 행사는 기어이 화를 불렀다. 행사는 숱한 논란을 낳으며 엉망으로 끝났다. 지상파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앞다퉈 이 문제적인 행사에 대해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런 언론 보도의 왜곡된 부분을 짚으며 문제 제기를 이어나갔다. 주관사와 총동창회의 부적절한 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에 『대학신문』은 2018 한류드림기부콘서트(기부콘)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파헤쳐봤다.

지난달 21일 체육관에서 열린 기부콘 현장엔 5천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레드 존으로 선입장했던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조직위는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현수막으로 앞을 가렸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순서였던 워너원의 무대가 한창 진행되는 중에도 현수막은 내려오지 않았다. 뒤늦게 입장한 관객들은 시야를 확보하고자 가운데를 비우고 무대 양끝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대 없는 ‘서울대행복기부콘서트조직위원회’

총동창회와 ‘서울대행복기부콘서트조직위원회’(조직위)가 주최한 기부콘은 전적으로 ‘서울대’라는 이름에 기댄 행사다. 조직위는 주관사인 ‘글로벌디지털콘텐츠그룹’(디콘)과 협력업체들로 구성됐다. 홈페이지엔 서울대학교 후원이라 명시돼 있고, 신수정 총동창회장 외에 성낙인 전 총장의 인사말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주관사는 홈페이지에서 “서울대 한류드림기부콘서트 응원하기”란 이름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조직위의 이름부터 자체적으로 정한 명칭까지 곳곳에 서울대가 있었지만, 정작 서울대는 조직위에 속해 있지 않았다.

총동창회는 5월 29일 본부에 홈커밍데이 행사 개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여기엔 기부콘 관련 내용이 없었다. 이 때문에 본부는 인터넷 기사를 우연히 발견한 9월에서야 기부콘의 존재를 파악했다. 그 사이 이미 7월부터 보도자료 배포, 미디어데이 개최 및 후원업체를 통한 티켓 배부 등의 홍보가 착실히 이뤄졌다. 이틀에 걸친 일정도 확정된 상태였다. 10월 20일 열린다던 전야제는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과 ‘WINNING XY’라는 이름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장소는 서울대지만 서울대와는 아무 관계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바비큐 식탁, 의자와 고기 200g을 주는 ‘바비큐존’은 2만9천 원, 무대 앞 스탠딩석 표는 2만 원에 유료로 판매됐다.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류드림기부콘서트’는 디콘에서 2만 명이 운집할 것이라 예상할 만큼 큰 행사였다. 기부콘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학내에서 개최되는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입학식과 졸업식과 비교해도 4배 이상의 인파가 관악캠퍼스로 집결하는 셈이었다. 이는 고척스카이돔을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이 거대한 계획이 본부와의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9월 27일 총학생회 공지로 대운동장 사용이 승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재학생 티켓 배부 절차가 연기되기도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9월 18일 학생지원과는 총동창회에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이유로 행사계획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바로 다음날 열린 부대행사 재검토 회의에서 총동창회는 학교 측과 사전 협의 없이 부대행사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했다고 시인했다. 결국 학생지원과는 9월 21일 총동창회에 부대행사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후 본부는 총동창회와 협의를 통해 첫째날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둘째날 행사는 5천석 규모로 줄이는 조건으로 체육관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본부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취소돼야 했던 ‘WINNING XY’는 기부콘 직전인 오후 2시에 ‘제1회 2018국제영화드라마 OST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진행됐다. 본무대 앞 스탠딩 구역이었던 레드플러스 존의 표를 가진 관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관중으로 동원돼야 했다. 주관사는 유명 경호업체 ‘강한친구들’의 경호전문요원 200명을 데려오겠다는 공문을 첨부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행사 당일 보안요원은 없었다. 심지어 진행요원은 행사 직전까지 ‘알바천국’에서 급하게 구인했다. 총동창회는 “재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지만, 디콘 이병하 대표는 “고등학생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했다”고 시인했다.

 

기부 없는 ‘기부콘’

“본 콘서트는 일부 서울대학교에 사회공헌일환으로 기부됩니다.”

기부콘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주 묻는 질문으로 꼽은 ‘어디에 기부가 되죠?’에 대한 조직위의 답이다. 그러나 조승래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본부는 시설물 사용 허가만 내줬을 뿐 서울대와 발전기금 모두 기부콘 관련으로 후원을 받은 내역이 없다. 최근 3년간 체육관 대관은 모두 무료로 진행됐다. 기부콘 또한 대관료를 내지 않았다. 기부콘과 관련해 본부로 오간 돈은 없다.

기부콘은 흑자가 날 경우에만 기부가 발생하는 구조였다. 총동창회는 “기부콘으로 수익이 날 경우 협찬을 받는다고 계약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동창회는 기부콘으로 어떤 경제적 이익도 누리지 못했으며 디콘은 외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대운동장에서 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기부콘의 규모가 축소됐고 추가 후원사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후원사 중 가장 큰 규모였던 트라이그람스코리아의 이탈도 영향을 미쳤다. 부적절한 홍보문구를 사용하고 정가의 두 배 이상 가격으로 부풀려진 상품을 구매해야 티켓을 응모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공연명엔 버젓이 ‘기부’라는 단어를 달았지만, 기부콘에 기부는 없었다.

공식 후원업체를 통해 기부를 하고 표를 받는 것으로 이해한 사람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선 상품결제창에 사회적 기업을 위한 기부금 항목을 등록하고, 일정 금액을 결제한 사람들에게 표를 보내줬다. 해당 쇼핑몰 관계자는 『대학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직위에 후원금을 내고 표를 받아왔는데 이를 다 배부하지도 못했다”며 “약속했던 대로 사회적 기업에 기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자들은 기부금 영수증을 요청했으나, 이는 법정기부금이나 지정기부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부금 세액공제가 불가능하다.

 

판 사람은 없고 산 사람은 있고

가장 문제가 됐던 표 관리는 미숙을 넘어 엉망이었다. 총 5천 장의 표는 전량 비매품으로 배부된다고 했지만, 실상은 판매에 가까웠다. 공식 후원업체들은 물품 수십 만 원 어치를 구매할 때마다 티켓을 한 장씩 끼워주는 ‘꼼수’를 부렸다. 일례로 이병하 대표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화장품 회사 ‘클라우디아 엘레인 코리아’는 15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 초대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면서 구역별로 금액의 하한선을 다르게 설정했다. 게다가 이벤트 공지엔 ‘좌석구매안내’라고 명시하면서 사실상 표를 끼워팔아 논란이 됐다.

한편 기부콘에선 대행 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행 표는 주로 주관사에서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와 업자를 거쳐 트위터나 오픈카톡으로 판매된다. 웃돈을 주는 대신 선입장이 보장되거나 예매 불가능한 구역의 자리를 구할 수 있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퍼져 있다. 레드 존 돌출 무대 앞에 미리 입장해 있던 40여 명의 사람들은 이 대행 표를 산 사람들이었는데, 조직위는 이들에게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자 조직위는 현수막으로 이들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SBS에선 공연이 끝난 직후 “일부 팬들이 스태프로 위장해 몰래 입장했다”는 왜곡된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수십 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선입장을 보장받은 팬들은 스태프로부터 공개적으로 “너넨 다 사기를 당한 거야”라는 조롱을 들었다. 정말 그 사람들이 사기를 당한 것이라면 애초에 입장을 시켜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병하 대표는 “그분들도 워너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며 선의의 피해자”라며 “대행 표는 전혀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 대표는 “공연 당일 오전 11시경 스태프용 비표를 찾으러 운영본부에 찾아갔는데 남은 표가 없었다”며 “40여 장의 비표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탈취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켓대행’을 진행하는 업자 A씨는 “대행티켓은 1차적으로 주관사에서 확보한다”며 “주관사에 티켓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 판매처에서 직접 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표의 행방을 파악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공연이 끝나고 주관사가 본부에 제출했던 배부 내역(표①)은 조승래 의원실에 제출된 표 배부 내역(표②)과 달랐다. 게다가 이 숫자엔 빈틈이 많았다. 예를 들어 표②에서 주관사가 이벤트로 배포한 표는 1,000장이라 돼 있는데 홈페이지와 트위터 이벤트로 배부된 표는 총 785장이었다.

게다가 공연이 끝나고 대행업자들은 표값의 일부를 구매자들에게 환불했다. 행사가 취소되거나 티켓 구입이 불발되는 등의 상황에서도 환불이 흔치 않으며, 구매시 이런 위험성을 미리 고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를 대행업자들의 단독 행동으로 보긴 어렵다. A씨는 “이미 티켓을 구입해 구매자에게 전달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 이미 돈을 모두 받은 주관사의 처리방침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부콘의 대행 표는 주관사 혹은 후원업체에서 흘러나왔을 확률이 높지만, 이들은 모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표①: 지난달 16일 총동창회가 본부에 보낸 공문에 첨부된 표 배분 현황이다
표② : 기부콘 다음날인 22일 조승래 의원실에 전달된 내용이다. 동문기업에 보냈다던 표는 항목에서 사라졌고, 주관사와 후원기업앞으로 각 1천 장의 표가 배정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악몽이 된 ‘드림’

며칠 밤을 새 제일 빠른 입장번호를 받았던 레드 존 앞 번호 관객들은 대행 표로 먼저 입장해 있던 40여 명이 물러나지 않으면 입장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실랑이가 계속되는 동안 조직위는 공연장 출입을 완전히 차단해버렸다. 1층 레드 존 스탠딩 구역에 입장했어야 할 2천 여명의 관객은 추운 날씨에 영문도 모르고 체육관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조직위가 공연을 강행하는 바람에 이들은 첫 순서로 등장한 에일리의 공연을 관람할 수 없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관객들에게 현행법상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여정성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받은 티켓이라면 거래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법에 의한 구제는 불가하다”면서도 “명목상 무료 티켓이지 사실상 거래가 이루어진 정황이 확실하게 파악된다면 공연기획사 측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상기준은 표를 얼마에 구입했는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표가 무료라면 분쟁해결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현수막을 가린 행위와 레드 존 입장이 지연돼 2천여 명의 관객이 에일리의 공연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선 “공연사의 귀책으로 인해 소비자가 공연의 일부를 관람하지 못했다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므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적시된 것이 없을지라도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천여 명의 입장이 지연된 것에 주관사만이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 데다 대행 티켓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실질적인 보상을 얻어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 쓰인 덕분에 서울대는 행사에 대한 비난을 함께 감당하고 있다. “운영 미숙”이라 자평한 총동창회와 주관사의 허술함은 그들이 그토록 애정하는 모교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했고 명예를 실추했다. 주관사가 이번 행사로 떠안게 된 경제적 손실은 얼마든지 메꿀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서울대기부콘서트조직위원회’란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올린 이들은 계속 단 하나의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들이 가볍게 소비하고 손쉽게 절하해버린 서울대란 이름의 가치 그리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입은 상처는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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