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이어져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수사 결과가 16일 일부 발표됐다. 경찰에 따르면 양 회장은 성범죄 동영상을 올리는 업로더들을 차등 관리해 수익률을 조정했고, 회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업로더가 수요자의 요청 자료를 30건 이상 올리도록 했다. 양 회장이 소유한 위디스크나 파일노리 등의 웹하드 업체가 다수의 음란물 컨텐츠를 사실상 방조하고, 헤비업로더들과 상생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파생된 부당 이익의 환수나 카르텔 전반에 대한 조사 및 처벌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감시나 부당 이익 환수 등의 문제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던 관련법안 80여 개도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 상에서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에 대한 감시는 웹하드 업체에게 불법 음란물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 업체와 기술협약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이뤄진다. 하지만 위디스크나 파일노리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양 회장이 자신이 인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업체와 기술협약을 맺으면서 손쉽게 감시 체계를 무력화했던 것이다. 나아가 현행법에 따르면 이러한 부당 이익에 대한 환수도 불가능하다.

관련 사안에 대한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제공조에 대한 입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국민적 공분을 배경으로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에 대한 수사, 단속, 피해자 보호 등 관련기능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특별수사단이 경찰청에 설치돼 운영 중에 있다. 해당 수사단은 헤비업로더를 검거해 웹하드 업체와 업로더 간의 유착관계를 밝혀냈지만, 이들 대다수가 해외에 서버나 IP를 두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만으로는 조사 자체가 쉽지 않다. 부다페스트 협약의 경우 이와 관련된 국제공조를 가능케 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에선 통신비밀보호법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비준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을 도입하거나 관련 법규를 정비해 이 제약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노력만으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치밀한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나 그에 따른 부당 이익의 환수가 불가능하고, 원활한 국제공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더해, 관련 법규에 대한 신속하고 치밀한 정비가 요청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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