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열 여러분에게

서울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서울대를 졸업한 것이 1966년이니까, 어느덧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기업에서 정신없이 경영에 몰두하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난 것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 여러분들께 보내는 편지라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보니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제가 살아온 지난 날을 회상해 보면 학창시절의 농경 사회와 산업화 사회를 거쳐 지금의 정보지식 시대를 살고 있어서 참으로 격변의 시기를 지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40년간 한국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3년에 100불에 불과했지만 1995년에는 그 100배인 1만불에 도달, 32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런 큰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삼성전자도 창립 35년 만에 세계 일류 기업과 어깨를 겨룰 정도가 되었습니다.

 

과거 선배들은 근면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아무런 산업기반이 없던 어려운 시절에도 무조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노력들이 오늘의 경제를 이렇게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몇 년째 국민소득 1만불에 머무른 채 선진국들이 10여 년만에 극복한 ‘2만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2만불, 3만불 시대를 열어갈 주역들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人材)외에는 가진 것이 제대로 없는 나라입니다. 지하자원도 거의 없습니다. “과거 30년 동안 기적을 이룬 21세기의 징기스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여러분들의 선배의 뒤를 이어, 이제 우리 경제를 다시 한 번 도약시킬 수 있는 주역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한 기업의 CEO로서, 그리고 또한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여러분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꿈과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차원을 넘어, 남보다 앞서서 변화를 주도하는 도전적인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뚜렷한 비전과 꿈은 여러분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길잡이가 되어주고, 실패로 어려울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둘째, 지혜와 통찰력과 선견력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시대가 정보

 

중심 사회라고 하여 정보와 지식이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 지식 사회에서도 진정 필요한 것은 지혜입니다. 정보와 지식은 남에게서 얻을 수도 있고 배울 수 있지만, 지혜와 통찰력과 선견력은 남에게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와 지식을 실천하고 경험하며 궁리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어렵게 얻어지는 것입니다.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가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셋째,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어야 합니다.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도전하며, 새롭게 일하는 방법 등을 개발하며 창조해 나가야 합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역사 발전의 지렛대는 도구의 발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이었고, 이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감각을 길러야 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세계를 국경 없는 사회로 만들었고, 이제 전세계가 일일 생활권으로 변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경쟁자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아닙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적인 대학의 학생들이 여러분의 경쟁자라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영어는 물론이고 한두개의 다른 외국어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적인 자리에서의 의사소통은 물론이? 하怜?달리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발빠르게 접하려면 외국어능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위시한 한자문화권 국가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하면, 한자 또한 필수입니다.

 

여러분은 최첨단의 정보지식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지식 사회에서는 근면, 성실보다 창의력과 도전정신, 스피드가 더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여러분들이 디지털 시대에서 자라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체질로 훈련되어 있기에 더욱 잘해나갈 것으로 믿으며, 우리의 미래는 오히려 밝다고 생각합니다.

 

꿈과 비전을 가지고 부단히 스스로 채찍질하고 자기 계발에 힘쓴다면,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③ 윤종용 삼성그룹 부회장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