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과 서울대의 위기
강사법과 서울대의 위기
  • 대학신문
  • 승인 2019.03.03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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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교수

중어중문학과

꽃피는 봄이 왔건만, 대학엔 강사법과 관련해 여전히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시간강사를 우대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된 법률이 역으로 강사가 대학에서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초기부터 예상됐던 부작용이 현실화되면서 교육계는 상당한 혼란에 빠져있다. 대부분 박사학위자인 강사는 대학의 교육에서 중요한 일원임에도 그동안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이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대학의 존재 이유와 방식이 도전을 받고 있으며,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입학생의 유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또 지난 10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에 따라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은 강사법을 빌미로 해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 구조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견상 서울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무풍지대처럼 보인다. 당장 강좌수를 줄이거나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을 통한 편법운영으로 강사를 대폭 줄이는 것에 서울대가 나설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서울대는 전국의 어느 대학보다 이번 강사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이다.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으며, 석사 및 박사과정을 운영하면서 전국에 새로운 연구자, 교육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따라서 다른 대학에서 강사법을 빌미로 강사를 학교에서 내보내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바로 서울대 대학원의 위기일 수 밖에 없다.

강사법으로 인한 어려움은, 강사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문사회계나 자연과학 등 일부 분야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근시안적으로 볼 때, 이런 생각이 옳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은 ‘지금’ ‘현재’ ‘이곳’에서 당장 유용하고 경제적 도움이 되는 것만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곳이 아니며,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교육 중엔, 현재나 미래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보여도 과거 인간의 삶과 사유의 흔적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논리적 근거와 상상력을 얻도록 해주는 분야도 있다. 물론 이는 주로 인문학 분야를 말한다.

우리는 이런 학문 분야를 기초학문이라 부르는데, 기초학문은 다른 학문이 존재하기 위한 기초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도로나 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의 성격이 강해 이 자체로서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국의 도로망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자동차 산업은 성장할 수 없고 전국적인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휴대전화나 인터넷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기초학문 역시 이와 같아서 궁극적으로 사회를 발전시키지만, 그 자체로서 어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이 붕괴되면 기초학문을 근거로 성립되는 실용학문도 제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문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강사법은 서울대 구성원 모두와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서울대 교수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러나 이제 강사를 비롯한 비전임 박사인력을 대하는 교수사회의 인식 전환과 해결에 대한 절실함이 필요하다. 평생 학문을 함께 해나가는 동반자의 추락은 곧 자신의 추락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교수 개인만의 탁월성에 만족하거나 안주해선 안 된다. 학생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처럼, 교수사회 역시 봉사하는 자세와 공적인 마인드에서 출발해 학술사회, 지식사회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의 현 모습을 깊이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서울대 위기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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