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급 불균형, 자원 확보 쟁탈전에 불 지펴

▲ 세계의 에너지 정세 변화

올해 들어 국제 원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월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선물가격이 연초와 대비해 65% 급상승한 수치인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배럴당 43달러 선까지 떨어졌으나 이는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한국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전년 대비 36% 상승한 배럴당 3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고유가의 원인으로 이라크 정세불안과 사우디에 대한 테러발생 우려 등 중동 중심의 지정학적 요인의 악화, 중국 과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석유 수요 급증, 러시아 석유기업 유코스 사태의 영향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는 테러 등에 대비해 에너지 안보에 관심을 가지고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또 각 나라들은 기후변화협약 체결과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무부담을 줄이면서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고자 한다. 특히 지난 11월 러시아의 비준으로 교토의정서가 내년부터 정식 발효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현재 천연가스로의 대체 등에 힘입어 최근 에너지 소비의 석유의존도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79%로 높다. 송경재 선임연구원(코리아PDS)은 “2003년 기준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7위이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인 한국이 고유가에 취약한 것은 당연하다”며 “최악의 경우는 유가상승에 따른 생산비 증가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투자억제, 경제 침체의 악순환이며 이는 고물가․저성장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 에너지 수급 전망

향후 세계 에너지 수급은 ‘수요 증가세의 지속과 신ㆍ재생 에너지 비중의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국제에너지 기구(IEA)는 “세계 총에너지 수요는 2010년에 122억 TOE(Ton of Oil Equivalent), 2030년에는 165억 TOE에 이를 것이며, 이는 2002년을 기준으로 연 평균 1.7%씩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원별로 볼 때, 석유의 비중은 현재의 36% 수준에서 감소하겠지만, 여전히 주요 에너지로 이용될 것이다. 지역적으로 중동지역의 가채년수는 88년인 반면, 기타 지역은 12~17년에 지나지 않아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는 안전한 청정연료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소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2030년에는 2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석탄은 수송,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소비 비중이 2030년 22%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강 교수는 원자력 발전은 일본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축소되고, 중국ㆍ인도 등에서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교토의정서 발효로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실시될 경우 원자력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력, 태양열, 풍력 에너지와 개도국에서 사용하는 산림 자원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총에너지에서 12%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산림자원의 한계로 소비 비중은 12%로 유지될 것이다.


▲ 에너지 정세 변화에 대한 세계와 한국의 대응

급변하는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비해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정책의 일차적 목표로 설정하고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이 세계 각국의 장기적인 정책 목표에 포함됐고, 이를 위한 정부와 민간 기업간의 공조도 활발하다.

미국은 1998년 페데리꼬 에프 뻬냐 에너지부 장관이 국가 에너지 전략 방안으로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 향상과, 에너지 수급불균형으로부터의 보호, 건강과 환경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미래의 에너지 선택폭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한국과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에너지 수급 대책의 기본 방침을 공급안정성 확보와 환경친화, 시장원리의 활용으로 정하고, 석유나 유연탄에서 천연가스로의 대체를 통해 친환경적인 에너지 수요기반을 구축하는 등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에 대해 박호정 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소)은 “각 나라마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특정 모델을 따라하기보다 각국의 에너지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고유가 극복 방안으로 신ㆍ재생 에너지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수소연료전지와 풍력, 태양광을 3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세계 3위권의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태유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신ㆍ재생 에너지는 현재 공급 비율이  2%에 불과해 가까운 시일 내에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기술과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