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밤, 독서로 뜨겁게 지새우기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ㆍ김기훈 옮김, 동아시아

궁극적인 개체로 환원해 사물을 이해하려는 관심과는 반대로, 개체들의 연결의 양상에서 출현적 속성을 파악하려는 새로운 시각이 담긴 책. 인터넷 뿐 아니라 생명과학에서 사회운동, 그리고 초국적인 거대기업과 테러리스트 조직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 개념으로 접근한 세계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사례와 평이한 진술로 서로 얽혀 있는 세계의 질서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주의사항. 다음 날 중요한 일이 있다면 저녁때부터 읽지 말라. 한번 손에 잡으면 밤새워 읽게 될 만큼 재미있다. ‘세상 참 좁다!’고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 이재열 (사회대 교수ㆍ사회학과)


한자왕국

세실리아 링크바스트 지음, 하영삼ㆍ김하림 옮김, 청년사

동아시아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자’다. 한자에 대해, 불편하니 현대 사회에서는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한편으로는 무한한 장점과 창조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자 속에서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동아시아인의 관습과 문화 양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점에서 한자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이 책은 한자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통해 한자와 한자 사용 민족 사이의 문화적 연계성을 추구한 것이다. 저자가 사진작가인 덕에 세심한 관찰력을 근거로 한자의 설명에 적절한 실증적 사진 자료를 많이 담고 있으며 여기에 뛰어난 상상력과 섬세한 문헌학적 고증 자료까지 가세해 학술적으로도 공헌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자에 더욱 매료되고 한자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은 그림 자료를 보고 중국 고대 문화에 대한 설명을 접하면서 서서히 한자에 빠져드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강재 (인문대 교수ㆍ중어중문학과)


근대 개인주의 신화

이언 와트 지음, 강유나ㆍ이시연 옮김, 문학동네

이 책은 고전문학작품들을 분석해 서양의 근대가 형성되어 전통과 관습윤리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던 무렵의 ‘개인’이 겪었을 불안감, 욕망, 그리고 그로부터 빚어지는 운명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이후의 문학작품, 사상서, 영화, 만화 등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감을 주었던 파우스트, 돈 키호테, 로빈슨 크루소, 돈 후안은 현대 우리 사회의 개인들이 가지게 될 법한 희망, 불안, 자가당착, 편협함 등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인물들이다. 만약 ‘근대’에서의 자기 속에 들어 있을 ‘개인’이라는 신화를 읽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이 책이 안성맞춤이라고 여겨진다.

-김도균 (법대 교수ㆍ법학과)


산을 오른 조개껍질

앨런 커틀러 지음, 전대호 옮김, 문학동네

이 책은 17세기 과학자 니콜라우스 스테노(Nicolaus Steno)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의 전반부는 과학자로, 그리고 생의 후반은 성직자로 살았던 한 위대한 인물을 접할 수 있다. 스테노는 놀라운 관찰력으로 자연을 정확히 기술하였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자연을 스테노의 이론을 통해 보기 시작한 것은 스테노가 논문을 발표한 후 100년이 지난 18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였다. 이 책은 남들보다 100년 앞서 살았던 과학자 스테노의 업적을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과학자로서의 자세와 생각과 고민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 최덕근  (자연대 교수ㆍ지구환경과학부)


자연, 풍경 그리고 인간 - 서양 풍경화의 전통에 관한 연구

마순자 지음, 아카넷

이 책은 생태의 위기에 대한 의식이 고조된 시점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미술인 풍경화를 설명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환기시키고 있다. 저자는 서양에서 풍경화가 하나의 장르로 체계화된 17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풍경화를 고전주의, 자연주의와 낭만주의의 맥락으로 분류하여 각 양상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작가, 시기, 지역, 양식 등에 따라 선택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늘어난 미술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출판된 대부분의 국내 미술관련 서적들이 미술작품의 의미를 자의적이고 단순화시켜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서양 석학들의 많은 연구를 토대로 하여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있다. 또 간결하고 매끈한 문장으로 집필되어 편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미술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풍경화나 미술은 물론 17세기 이후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 김정희(미대 교수ㆍ서양화과)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