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아이들

정희재 지음, 꿈꾸는돌, 9500원

중국의 억압을 피해 티베트 교육을 받겠다는 열망 하나로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탈출한 티베트 어린이들. 저자는 인도 곳곳의 티베트 정착촌에서 만난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티베트 망명자들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이야기한다. 가난하지만 ‘나보다 당신이 먼저(Others before self)’라는 신념으로 남을 배려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순박한 삶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책들의 전쟁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미래사, 8800원

『걸리버여행기』를 지은 스위프트의 대표적인 풍자 산문 5편이 수록돼 있다. 실제 인물을 직설적으로 풍자해 금서 목록에 올랐던 「책들의 전쟁」이 특히 눈여겨 볼 만하다. 이 글은 성 제임스 왕립도서관의 고전과 현대장서가 우열 논쟁을 벌인다는 구도 하에 현대 학문을 냉소한 글이다. 서사시 풍의 전투묘사뿐 아니라 우의, 역설, 풍자를 적절히 살린 생동감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저항 ― 일반 두더지학에 대한 시론

다니엘 벤사이드 지음, 김은주 옮김, 이후, 1만3천원

68년 5월 혁명 때 낭테르 대학의 학생운동을 이끌었으며 현재 프랑스 좌파를 대표하는 지식인인 저자가 ‘두더지’를 둘러싼 은유와 자크 데리다를 비롯한 현대 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저항의 본질을 살펴본다. 이 책은 조용하기만 한 지표면 아래서 끊임없이 땅굴을 파고, 어느 순간 표면을 뚫고 돌출하는 두더지야말로 ‘역사의 종언’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저항의 화신이라고 말한다.

 

패자의 역사

구본창 지음, 정한피앤피, 9천원

‘역사학이여, 박물관을 박차고 거리로 나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저자는 한국사에 관한 주류적 역사해석이 승자와 지배계층에 의해 왜곡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율곡이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근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거나, 국정교과서에 열렬한 애국단체로 나오는 독립협회가 실제로는 열강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느라 독립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등의 실례를 통해 주류역사해석이 위인을 미화하고 국가이데올로기를 주입한 것을 비판한다.


공간 속의 디자인 디자인 속의 공간

공간디자인비평연구회 엮음, 효형출판, 2만3천원

공간 비평 분야가 척박한 한국 현실에서 오랜만에 나온 본격적인 공간 비평서. 9명의 교수들이 교보문고, 분당 현대아파트 등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공간의 사회적 효용성과 예술적 가치 등을 비평했다. 교보문고 실내가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거울로 된 천장이 매장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시각적으로 증폭시켜 혼란스러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식의 내용이 흥미롭다.

 

시나리오 구조의 비밀

린다 카우길 지음, 이문원 옮김, 시공사, 1만5천원

대본은 문학이 아니라 건축?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가 인물과 배경,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잘 ‘지었을 때’ 명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시나리오 작법을 설명하기보다는 명화들의 구조적 요소에 대한 비평서에 가까운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인용해 시나리오 구조의 기본 개념을 설명한 부분과 24개 명화들의 구조를 분석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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