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와 카풀업체 간의 갈등이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명시된 출퇴근 시간에 제한적으로 카풀을 허용하는 것에 겨우 동의했지만,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 대해 서울개인택시운송노조는 오히려 불법 카풀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여러 카풀업체는 사실상 규제 강화에 지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급하게 일단락된 ‘카풀 합의’가 이해 당사자들의 상생을 위한 첫단추 역할을 하려면 구체적인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이번 합의안만으로는 카풀 산업 관련 공유경제의 이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합의안에서는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 제한적으로 카풀을 허용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은 이미 2013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며 들어간 조항이다. 오히려 이번 합의로 인해 카풀이 가능한 시간대를 명시하면서 큰 폭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낳게 됐다. 카풀이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시간대가 심야 시간인 것을 고려하면, 이 조건 하에선 카풀업체가 공유경제의 특성을 살려 성장을 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의안 도출 과정에 카풀업체 대표로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만이 참여한 터라 카풀업계의 시각이 전반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다.

이번 카풀 논란에서 여론은 택시업계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동안 누적된 승차거부 및 불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야간 승차거부 등 택시 서비스의 문제를 “개선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 한 마디만으로 매듭지은 채 오롯이 택시 업계의 선의에 맡긴 이번 합의는, 그들만의 합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택시 완전월급제 및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도입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인데, 구체적인 내용 없이 이런 식의 선언에만 그쳐선 추후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정도의 합의안으로 향후 택시 서비스가 눈에 띄게 개선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택시업계와 카풀업체 사이의 극단적 대립이 일단락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여전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본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금처럼 속이 빈 합의안으로는 공유경제의 이점을 살릴 수도,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유도할 수도 없다. 택시업계는 새로운 공유경제의 흐름을 인정하고 그에 발맞춰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며, 카풀업체들은 기존 택시업계의 처지를 이해하고 구체적인 상생의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번 합의의 실질적 효용과 성과는 어떤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뒤따르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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