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중증외상센터 이야기는 중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외과의사들의 인력 부족과 혹사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현실은 크게 나아진 게 없으며 여전히 외과는 외줄타기를 하며 씨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대증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현재 외과는 안팎으로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먼저 외과의사의 고령화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신체적 능력이 치료에 직결되는 외과 특성상 의사의 고령화 문제는 진료 및 수술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외과의 전체의 30% 가량은 50대 이상이다. 더구나 대학병원의 전공의 모집현황을 보면 외과 지원자 수는 지난 몇 년간 정원의 80%대에 머물고 있어 이러한 의사의 고령화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래에는 우리나라에서 수련한 외과 의사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외과의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저수가 고위험 체계다. 바이탈을 다루는 수술은 한 번에 하루가 꼬박 걸리는 등 업무량이 과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책정돼 있는 고위험도 수술 수가는 그 난이도에 비해 과도히 낮다. 또한 진료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의료진의 연구활동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높은 난이도의 수술을 시행해야 함에 따른 사망 및 부작용의 위험성도 크다. 결국 외과의는 시간과 업무량에 비해 타과의 개원의보다 수입은 적고 행정적, 법적 책임은 과중한 것이다.

외과의 인력부족과 기형적 수가 구조에 대한 지적을 돈 잘 버는 의사들의 엄살로 치부하기엔, 이미 다양한 지표들이 ‘의료절벽’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인의 사명감만을 강조하는 건 역부족이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바이탈 과 수술에 대한 수가를 정상화하는 한편, 고난도 수술을 하다 사고가 생길 경우 오롯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과중한 부담으로 인해 줄어드는 외과 의사를 확충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 마련을 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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