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준 기자 사회부
박경준 기자
사회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번듯한 집을 소유하는 것을 꿈꿀 것이다. 나는 이번에 수도권 신도시 기획을 준비하면서, 분당, 일산, 판교, 동탄과 같은 수도권 신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양질의 주거공간에서 살고 있음에도, 여러 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기 좋다고 느끼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도시 정책을 설계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문화콘텐츠를 비롯한 다양한 욕구의 충족 여부와 같은 질적인 부분보다는 물질적인 요소, 각종 통계 수치를 비롯해 겉으로 드러나는 양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신경을 쏟는 경향이 있다. 입주 수요자들 역시 아직까지는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 집값이나 공시지가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물론 이런 요소들도 주택에 대한 시장원리에 의한 평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겠지만, 반드시 집값이 높다고 해서 생활의 모든 부분이 편리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에서의 주택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소재라고 평가한다. 주택은 의식주를 구성하는 필수재로 인간생활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요소라는 특징을 가지는 한편, 주택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로서 투자나 투기의 수단이라는 특징도 가진다. 내가 취재를 하면서 만난 전문가들 역시 한국 사회에서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에서의 부동산 정책 및 주택정책이 시장에 대한 통제로만 이뤄져 온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사람들이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번 취재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좋은 공간에 신경을 쓰지는 않고 집값이 오른 지역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나중에 돈 많이 벌었을 때 여기에 투자하면 좋겠다는’식으로 생각을 하던 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주택을 필수재로서의 특성을 경시하고, 경제생활의 수단으로서만 너무 주목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많은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정책이나 어떤 사람인지를 보기보다는 ‘이 지역에 많은 예산을 끌고 오겠다’는 식의 공약을 하는 사람들을 선호하고 이들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국회의원 선거가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제고해야 한다.

새로운 신도시 계획이나 신도시의 부지가 발표될 때마다, 땅값이 오르겠다는 예측에 일희일비하는 사회 구성원 모두 역시 한 번 정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도시들이 생기기 위해서는, 기획기사에서 제시된 도시 계획 정책의 개선도 중요하겠지만, 주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전환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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