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원과 대학의 상생(相生)을 위해
과학기술원과 대학의 상생(相生)을 위해
  • 대학신문
  • 승인 2019.05.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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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교수 (지구환경과학부)
박상욱 교수 (지구환경과학부)

학생이든 교수든 서울대인은 다른 학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를 꺼린다. 이미 많이 가진 자가 남의 것을 부러워하면 천박해 보인다. 훈수를 두면 청자를 기분 나쁘게 한다. 투덜투덜 불평하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은근히 남 탓하면 “너희들이나 잘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또 속세에 초연한 양 입 꾹 다물고 있으면 고고한 척을 한다는 식의 비아냥이 나온다. 딜레마다. 결국, 필요한 얘기는 용기 내 하는 것이 답이다. 

전국에 네 개의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과기원)이 있다. 자체 학위과정이 없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포함하면 5개다. 엄연한 사립대인 POSTECH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포함되므로 혼동하기 쉽지만, 과기원이 아니다. 과기원들의 맏형은 1971년 한국과학원(KAIS)으로 출범한 KAIST다. 1966년에 미국의 원조를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종합연구소인 KIST가 설립됐는데, 당시 해외에서 일하던 한인 과학자들을 유치해 연구진을 꾸렸다. 새로운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 충원할 필요가 있었고, 실험실 운영에 필요한 보조연구인력인 대학원생도 필요했지만 그 시절 국내 이공계 대학들은 번듯한 대학원과정이나 연구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 엘리트 교육을 실시해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자급하는 것이 과기원을 만든 목적이다. 한국과학원은 1981년 KIST와 합병됐다가 1989년 분리되면서 지금의 이름과 대덕 캠퍼스를 갖게 됐다. KAIST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이공계 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과학기술 특성화 교육·연구기관들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KAIST의 성공모델을 전국 곳곳에 퍼뜨리기 위해서, 혹은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광주과기원이 1995년, 대구경북과기원이 2004년에 설립됐고, 울산과기원이 2015년에 과기원으로 전환됐다. 부산경남, 인천, 강원, 제주 지역에서도 과기원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재 4대 과기원의 학부생 수 총합은 9,100여 명, 대학원생은 1만여 명에 이른다. 과기원은 입시나 대학원 진학에서 이공계 대학 중 상위권에 포진해 이공계 인재양성체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기원은 고등교육법상의 대학이 아닌 각각의 과기원법에 따른 특별법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므로 세칭 ‘과기부 대학’이라 불린다. 일반 대학에 적용되는 여러 규제나 불합리한 정책을 피할 수 있어서 교육·연구 여건이 좋은 편이다. 과기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학부생 등록금도 사실상 없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며, 대학원생의 처우도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전문연구요원 정원도 넉넉히 배정돼 있다. 전통적인 국가 과학기술 엘리트 양성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내 일반 이공계 대학들도 경쟁력 있는 교육·연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인프라나 수월성 측면에서 과기원과 일반 대학의 차이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 연구개발지출규모 세계 5위, 국제특허 세계 4위, SCI논문 세계 12위의 과학기술강대국과 특례적인 엘리트 양성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산업계의 연구인력 수요가 양에서 질로 바뀌면서 이공계 석박사가 과잉공급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교원 채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주변의 우수한 학생들을 빨아들이는 과기원들조차 기초과학분야에서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5월 7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과기특성화대 대학원 지원·등록 인원이 지난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과학기술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 온 이공계 대학원생 기본연구장려금(stipend) 제도가 본격 시행에 앞서 과기원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일반 대학에서는 인문사회계와의 형평성, 예산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시일이 더 필요할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 대학원생들이 소속기관에 따라 다른 처우를 겪게 되는 것이다. 과기원과 대학이 함께 뛰는 운동장은 지금보다 더 기울어진다. 보호의 대상은 발전하기 어렵다. 과기원과 대학이 각각의 장점을 살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 중점연구소 지원, 기초과학연구 묶음예산, 대학원생 인건비 지원, 전문연구요원 정원 재배정 등 전향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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