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선율에 날개를 달다
국악의 선율에 날개를 달다
  • 오승윤
  • 승인 2019.08.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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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인터뷰 | 국악과 13학번 한진구 씨

강남역의 한 카페에서 한진구 씨(국악과·13)를 만났다. 한 씨는 국악과에서 다양한 국악기용 악보 창작활동과 공연 기획에 참여하거나 ‘영산회상’이라는 국악 소모임을 이끌며 국악계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졸업 소감을 묻자 그는 밝은 표정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많은 활동을 했고, 또 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라며 “국악이라는 특별한 학문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더 넓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졸업을 목전에 둔 현재까지도 그는 ‘양재 포이’라는 국악기 소모임을 주도하며 대중에게 국악의 매력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졸업 후 계획을 묻자 한진구 씨는 "후배 국악인을 위한 좋은 환경과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졸업 후 제1의 과제다"라며 겸허한 자세를 보였다. 인터뷰 내내 국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눈이 밝게 빛났다.

국악도의 길, 그 길을 오롯이 걷다

2013년 입학 당시부터 한진구 씨는 대중들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서양 작곡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품은 작곡에 큰 관심을 가졌다.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국악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음악에 자연스럽게 전통을 녹여내는 국악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한 씨는 고구려, 백제, 신라나 조선과 일본, 페르시아 등 여러 나라의 교류사를 살펴보며 그 중심에 음악이 존재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여러 나라의 문화가 모이는 교류의 장에서 음악은 정서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했다”라며 다양한 문화 분야 중 음악과 그 전통적 가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전통 국악의 현대적 창조를 위해 국악 이론을 심도 있게 공부해왔다.

하지만 국악의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국악과 관련된 연계학문이나 연구는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한진구 씨는 “서양음악 연구와는 달리 국악은 단일 분야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한 씨는 국악의 대중화를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생활 속 국악, 그 매력에 빠지다

한진구 씨는 국악 작곡뿐만 아니라 국악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촉구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국악기 연주자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그려 자신의 SNS에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씨는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며 “음악이 일정한 길이의 시간을 투자해 소비해야 하는 시간예술임에 반해, 미술은 한 번에 각인되는 시각예술”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활용해 그는 전통음악은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현대적인 의상과 디자인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국악기 연주자를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국악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참신하고 독특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수중 생태계 1인자인 장구애비는 앞다리를 움직이는 모양새가 장구를 치는 것과 유사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한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재밌는 국악 관련 명칭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작은 새이며 머리 위에 노란색 털을 달고 있는 상모솔새도 머리털이 마치 풍물놀이 때 쓰는 상모와 비슷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라고 예를 들었다. 그는 국악이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친근한 존재임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한 씨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국악 관련 명칭과 그 유래를 조사해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악의 대중화를 강조하는 그의 표정과 웃음에서 국악에 대한 큰 애정이 묻어났다.

소통과 교류를 통해 국악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다

대학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한진구 씨는 서울대-태국 마히돌대 교류식을 꼽았다. 지난 2016년 2월, 한국과 태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대 국악과 오케스트라 사절단은 태국 마히돌대와 교류하며 순회공연을 진행했다. 그때 한 씨도 국악 연주 사절단의 일원으로 한 달간 태국에 머물렀다. 기존의 한국 공연들과는 달리 새롭고 시험적인 형식으로 준비했던 공연은 한 씨의 기억에 깊게 남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한국만의 정서와 미리 짜인 틀에 맞춰 행사를 진행했다”라며 “반면 태국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직접 공연을 연출하면서 타문화와 소통하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라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한 씨는 태국의 한국 문화원에서 공연하며 태국의 각 대학교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삶과 전통적 가치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갖추게 됐다.

한편 그는 아동 환자들을 위한 로봇 제작 프로그램의 로봇 효과음 제작 부문에 협력하기도 했다. 한진구 씨는 아동의 흥미를 고려해 국악기로 다양한 동물 소리를 제작했다. 한 씨는 “기계항공공학부, 디자인학부를 비롯한 다양한 학과와의 합작을 통해 국악의 미래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라며 “국악 작곡 활동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한 씨는 지금 몸담은 자신의 학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신의 학과와 다른 학문을 연계해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장차 자신의 학문의 길과 그 결과물을 풍요롭게 만들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국악의 상향 평준화, 그날이 올 때까지

졸업 후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질문에 한진구 씨는 주저 없이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국악의 교육 및 대중화에 힘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장구벌레나 상모솔새 같은 일상 속 국악을 소개하며 국악이 친근한 존재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또한 현대 미디어 사회 속 TV나 인터넷상에서 국악이 어떻게 인식되고 활용되는지를 파악한 후, 이를 대중들에게 최적화된 이야기 형식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진구 씨는 자신과 같이 국악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큰 포부를 밝혔다. 한 씨는 해금 연주자이자 국악과 교수인 어머니 아래서 어려서부터 국악을 하기에 좋은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는 선천적 환경 차이로 인한 정보 격차 때문에 국악을 시작할 계기가 적은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한진구 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정보나 인맥을 나와 같은 환경이 아닌 후배들에게 전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국악 교육의 상향 평준화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이런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방학 때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과 함께 ‘양재 포이’ 합주 모임을 열고 있다. 한편 그는 카페나 미용실 같은 일상 공간을 활용한 소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한 씨는 “공연을 위해서 다양한 신화나 전설에 기반해 스토리를 각색하고 있으며 전통음악 소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최근 공연 준비 상황을 소개했다. 공연 준비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국악 대중화를 향한 열정이 가득했다.

한진구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대한민국의 국악은 우리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문화의 정수”라며 “국악의 대중화와 국악 교육의 보편화를 꿈꾼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우리 국악의 묘미를 사랑하는 그의 바람처럼 현대화된 국악의 매력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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