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미래 (그리고 나)
과학의 미래 (그리고 나)
  • 대학신문
  • 승인 2019.09.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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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우리는 종종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또는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어느 수준에 있을 것이며 어떤 과학기술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 전망하고 보고서를 쓰기도 한다. 과연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일일까? “생물학의 중요한 문제들을 선배들이 이미 다 풀었거나 풀고 있어서 자신이 풀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지 않아 실망했고 걱정했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풀어 현대생물학의 문을 활짝 열어준 과학자 프란시스 크릭 박사가 한 대중 강연에서 본인이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했던 고민이라고 고백한 이야기다. 과학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상징적 에피소드다. 오늘 10년 후에 어떤 일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인지 안다면 그이는 프란시스 크릭보다 더 대단한 통찰력의 소유자일 것이다.

현재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CRISPR (‘크리스퍼’라고 읽는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제안한 논문은 2013년에 처음 발표됐다. 불과 6년 전이다. 물론 그 이전에 이런 응용의 기반이 되는 기초연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지만 2013년 이전에는 순수한 기초연구 결과였을 뿐이었고 2013년이 돼서야 미래기술로 각광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아마도 이 기술의 선구자들은 수상자 발표가 나는 날까지 생존해 있기만 하면 반드시 노벨 과학상을 받을 것이다.

프란시스 크릭 박사는 노벨상 수상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장 근원적인 생물학적 질문에 천착했다. 이름하여 ‘의식의 규명’ 연구다. 이 분은 『놀라운 가설』이라는 책에서 “당신과, 당신의 기쁨, 당신의 슬픔, 당신의 기억, 당신의 희망, 당신의 개성, 그리고 자유의지까지도 실제로는 신경세포와 그에 담겨있는 분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일 뿐이다”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 가설이 참임을 증명하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지만 언젠가는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이 비록 10년 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10년 전의 나는 무슨 생각과 전망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오늘 나는 앞으로 10년 후에 어떤 일을 기대하고 있을까? 당시에 짐작하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짐작하기 참으로 어렵다. 그게 정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위에서 언급한 프란시스 크릭 박사의 대중 강연 후 많은 청중들에 섞여 필자도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박사과정 신입생인데 당신같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한 길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더니, “Stick to what you are doing now”라고 써 주셨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면 그 다음의 길이 보일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필자는 이 글을 여전히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여,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어디에서 어떤 새로운 발견이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러니 ‘stick to what we are doing now’ 하자. 지금 당장 열풍처럼 유행하고 있는 크리스퍼, 면역 항암치료제 개발, 신경과학, 빅데이터 등 인기 있는 분야에만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에게만은 가장 울림이 있는 생명 또는 자연 현상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시라. 그리고는 기다려 보자! 

사족이지만, 정부 당국자에 꼭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 미래는 미래 세대가 주도해야 한다. 그래서 학문 후속 세대를 중시하는 것이고, 과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중요하다. 제발, 예측 가능한 전문연구요원제도를 결정해 발표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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