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을 따라 떠나는 특별한 보통날, 여행주간
돌담길을 따라 떠나는 특별한 보통날, 여행주간
  • 황예정 기자
  • 승인 2019.09.2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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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2019 가을 여행주간’을 들여다보다

흔히 여행은 ‘청춘의 꽃’이라고 한다. 낯선 곳에서 만난 새로운 경험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일상을 낭만으로 채워준다. 그런데 요즘 20대의 버킷리스트에 ‘유럽 배낭여행’은 있어도 ‘전국 배낭일주’를 찾아보기는 힘들어졌다. 저렴한 항공비와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 덕에 해외여행이 쉬워진 데 비해 국내 관광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탓이다. 이처럼 해외여행에 가려 침체된 국내여행을 활성화하고 하계에 집중된 여행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4년부터 ‘여행주간’을 시행하고 있다. 주로 봄과 가을에 지정되는 여행주간 기간에는 전국의 지자체 및 관광업계가 협력해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과 숙박, 레저 등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올해도 봄에 이어 12일(목)에서 29일까지 ‘2019 가을 여행주간’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취향저격 마을여행’은 전국의 아름다운 장소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로케이션 매니저와 함께 그가 추천하는 마을 여행지를 둘러보는 여행주간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20개의 마을 여행지 중에서 지정된 4개의 마을은 사연을 응모해 당첨되면 1만 원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힐링 혼행’(혼자서 하는 여행)을 주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의 삼지내 마을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다운 느긋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마을에는 3.6km에 달하는 돌담길과 고택이 잘 어우러져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태영 로케이션 매니저(48)는 “느림의 미학을 기치로 하는 슬로시티에서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라며 “공간이 가진 정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혼행 여행지로 삼지내 마을을 선택했다”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가을 여행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삼지내 마을에서는 푸른 논과 마을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개울, 돌담이 여유로움을 준다.
가을 여행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삼지내 마을에서는 푸른 논과 마을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개울, 돌담이 여유로움을 준다.
가을 여행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삼지내 마을에서는 푸른 논과 마을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개울, 돌담이 여유로움을 준다.
가을 여행주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삼지내 마을에서는 푸른 논과 마을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개울, 돌담이 여유로움을 준다.

 

삼지내 마을여행에서는 마을의 여러 가지 매력을 감상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점심으로 삼지내 마을의 대표 음식인 약초밥상을 먹고 난 뒤에 다례체험을 하는 식이다. 다례체험에서는 400년 된 전통 가옥에 참가자끼리 둘러앉아 녹차, 홍차, 연잎차를 마시며 다도 예절을 배운다. 다례체험을 진행한 담양죽로차문화원영농법인 이숙재 대표(70)는 “커피는 한 번 마셔버리면 끝이지만 차는 몇 번이고 다시 우려지면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게 한다”라며 “차가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차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 송수민 씨(29)는 “혼자 떠나온 여행이지만 옆자리는 다시 사람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삶도 결국 여행과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행주간의 마을여행은 마을을 중심으로 하되 특정 장소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활동 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마을을 벗어나 담양의 대표적 관광지인 죽녹원을 둘러보며 인생 출사표를 쓰는 것이 그 예다. 이후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콘서트가 이어져 명상과 고민 상담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 이처럼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여행주간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참가자 공혜주 씨(51)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왔다면 경험하기 어려운 것을 프로그램에서는 1만 원으로, 하루만에 모두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니 슬로시티에서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혜주 씨는 “슬로시티에서 여유롭기는커녕 바쁘게 움직이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라며 “담양과 삼지내 마을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가는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여행이 주는 여운도 크다.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참가자들은 “기회가 된다면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라며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휴학생, 취업준비생, 은퇴한 직장인 등 저마다 다른 보통날의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삼지내 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걷는 동안 그들의 보통날은 모두 조금 더 특별해졌을 것이다. 보통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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