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부 강지혜 강사
경제학부 강지혜 강사

내가 이번 학기에 강의하고 있는 ‘경제원론 1’ 수업은 ‘경제학은 어떤 학문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많은 학자들은 경제학이 인간의 행동, 그중에서도 인간의 선택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선택을 크게 최적화와 균형의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경제 주체가 주어진 정보 하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을 내리는 것을 일컫는 ‘최적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최적화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많은 행동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마트에서 어떤 계산대 줄에 설 것인가에서부터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등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요구하는 문제들을 만난다. 그런데 때로 우리가 내리는 중요한 결정들은 선택하기만 하면 최선의 결과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 선택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만 우리가 애초에 바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한 예로, 진로 선택의 문제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직업에서 요구하는 전문적인 역량을 갈고 닦는 과정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다양한 위치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볼 만한 점은, 경제학의 최적화 개념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정보 하’에서의 최적 선택을 가리킨다는 점이다. 즉, 현재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가진 대안들의 상충관계를 파악한 뒤 그 중 최선의 결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질이 선택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 결정들이 뒤돌아보면 후회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경험을 모두 한두 번씩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문제일수록 최적화 과정에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그 앞 단계의 일, 즉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학부생이었을 때 내 진로 선택의 대안들은 회사에 취업하거나,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원에 가서 경제학을 연구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나는 그중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세 번째의 길을 선택했다. 나는 당시 동기들과 비교해서도 비교적 뒤늦게 대학원 과정 준비를 시작했다. 주위에서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들을 보며 이런저런 길을 시도해보다가 소위 ‘대학생이 잘못하면 가는 곳’이라는 대학원을 가게 됐다. 그 이후의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지만 나는 공부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우스갯소리에도 나올 만큼 공부를 한다는 일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들의 대표적인 예지만,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 일이 내 가치관과 성격에 잘 맞는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느꼈다. 그런 점이 나로 하여금 더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이 길을 나름대로 즐겁게 가게 하는 힘이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생각하게 된 것은, 이런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어떠한 대안이 있는가도 아니고, 그 대안이 어떠한 비용을 요구하는 가도 아니고, 바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나와 동일한 문제에 맞닥뜨렸던 많은 동기들에게 그랬듯, 동일한 대안에 대해서도 개인의 고유한 가치관과 특성에 따라 어떤 대안이 가장 좋은 것인지는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아예 대안의 집합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관악산을 보며 16동을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됐다. 그 시간 동안 느낀 것은 서울대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용이한 천혜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그 좋은 환경이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도록 하게 하지만, 너무 빨리 최적화의 단계로 넘어가도록 재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 그로 인해 내가 느끼게 되는 조급함, 뒤처지지 않았나 끊임없이 두려워하게 하는 그런 마음들이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내가 가진 가치관에 비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인지를 내리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그저 선택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좋은 선택을 내리는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그 지식에 자기 자신을 비춰 보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은 효율적인 공부만큼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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