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국제화: 자유전공학부의 글로벌 신입생 환영회 '36.5'
아래로부터의 국제화: 자유전공학부의 글로벌 신입생 환영회 '36.5'
  • 대학신문
  • 승인 2019.10.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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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학부 차주항 조교수
자유전공학부 차주항 조교수

자유전공학부에는 글로벌인재특별전형(글로벌전형)으로 입학한 50여 명의 재학생이 있다. 주로 한국 국적자들이지만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홍콩, 중국, 일본 등의 외국인도 있다. 다들 자유전공학부의 다양성과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필자는 자유전공학부의 외국인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동료 교수들이 ‘한국인’으로 대하지만 캐나다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고 여러 나라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TCK(Third Culture Kid)다. 나와 비슷하게 TCK의 인생을 살아온 국제교수회의 교원 및 국제 학생들과 서울대의 국제화에 대한 여러 방안을 논의했고 그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그러면서 서울대의 구조를 고려해 봤을 때 아래로부터의 국제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으로 실천을 시작했다.

2019년 3월 『대학신문』에 글로벌전형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루는 기사가 실렸다.(『대학신문』 2019년 4월 1일자) 기사를 접한 후 관련 내용을 자유전공학부 교수회의의 안건으로 올렸고 자유전공학부 김근호 부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17)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7월에는 글로벌전형 학생들을 직접 만나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8월에는 학장단의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신입생 환영회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TCK로 성장한 글로벌전형 학생들이 호소하는 어려움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언어 소통의 문제다. 현재 서울대에는 기초교육원에서 개설하는 2학점 수업인 ‘대학글쓰기’ 외에는 글로벌전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한국어 교육 수업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들은 학업뿐만 아니라 심각한 편견과 오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글로벌전형 학생들은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같은 프로그램을 수료하며 전 세계를 기준으로 최상위권 성적을 받고 엄밀한 평가과정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다. 그런데 특혜를 누리며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편견도 아직 만연해 있다. 나아가 다소 사소해 보이는 어려움도 있다. 김치보다 똠양꿍이 그리운 학생, 카카오톡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몇 개월 동안 단톡방에 참여를 못 한 학생, 그리고 기숙사에 자리가 부족해 태어나서 처음 살아보는 서울에서 바로 자취를 시작한 학생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기 위한 행사를 9월 7일(토) 이태원에서 개최했다. 올해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당일 행사로 기획했으며 2019학년도 2학기 신입생 6명을 비롯해 36명의 학생과 7명의 교직원이 참여했다. 그동안 후기 신입생들은 자유전공학부의 새내기 배움터, 1학기 신입생 OT인 ‘전설캠프’, 그리고 대표적인 학부 MT인 ‘벼리캠프’의 참여를 못 하는 상태에서 소위 ‘버리는 첫 학기’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친목 행사를 추진한 것이다.

행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국에서 자란 송정현 씨(자유전공학부·17)는 “내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을 때는 학부 관련 정보를 많이 얻지 못해 적응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행사는 신입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라며 “자유전공학부뿐만 아니라 다른 학과에서도 글로벌 학생들을 위해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태국에서 살다 온 김민수 씨(자유전공학부·19)는 글로벌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주눅 들지 않고 힘들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라며 “내 한 학기 만의 경험으로도 신입생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송 씨와 김 씨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신입생들이 선배들과 팀을 이뤄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며 이태원의 국제적인 모습에 대한 주제를 조사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에서 거주한 윤혜린 씨(자유전공학부·19)는 “가족과 익숙한 환경에서 떨어졌으나 환영회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낯선 곳과 문화에 대한 두려움이 덜해졌고, 특히 글로벌전형 선배들이 잘 적응한 모습을 보고 용기도 생겼다”라고 이야기했다.

행사의 지속성을 위해 박도현 씨(자유전공학부·18)가 ‘36.5’라는 명칭을 제안했다. 이과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감수성이 느껴지는 명칭이 자유전공학부에서 중시하는 문이과 통합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된다. 서울, 포항, 자카르타, 밴쿠버 등 다양한 배경에서 서울대로 왔지만 모두 같은 체온을 유지하는 인간임을 상기해주는 ‘36.5’ 행사를 내년에는 ‘19.5’학번 학생들이 ‘20.5’학번을 위해 기획할 예정이다. 서울대의 국제화가 위로는 본부의 지원을 받으며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이뤄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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