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장학금 폐지 문제를 대학 공동체는 함께 논의해야 한다
성적 장학금 폐지 문제를 대학 공동체는 함께 논의해야 한다
  • 대학신문
  • 승인 2019.10.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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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세정 총장은 “교내 장학금 중 성적 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형편상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가계 곤란 장학금을 확대”하려는 의사를 밝혔다. 성적 장학금 폐지가 현 총장의 공약사항임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정책이 대학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장학금의 목적은 어떤 성취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학업 지원이다. 가계 곤란 장학금의 확대는 학업 성취를 위한 조건의 균등을 지원하는 제도의 확산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시행이 정착되기 위해선, 장학금의 수혜 당사자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장학금을 결정하는 교원들과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에 장학실무위원회, 확대간부회의, 학사위원회 등 주요 기구에서 이 안건이 논의됐음에도, 학생들과 대부분의 교수들이 장학금 제도 개편 문제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는 사실은 대학의 새로운 정책 실행 과정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실상 성적 우수 장학금의 폐지는 국내외 대학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국내의 여려 대학들은 이미 성적에 기반한 장학금 비중을 축소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고려대는 2016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약 28억 원 규모로 지급되던 성적 우수 장학금을 폐지했다. 대신 소득 0~2 분위 저소득층 학생의 등록금을 전액 감면하는 ‘정의 장학금’ 제도를 시행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도한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면서 공부시간이 부족해짐에 따라 학점이 낮아지고, 장학금 수혜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시도다. 서강대는 2018년 1학기부터 모든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했다. 이로 인해 확보된 예산은 가계 곤란 학생을 지원하는 ‘다산 장학금’에 전액 배정됐다. 이를 통해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기존 12.6%(0~3분위)에서 18.2%(0~6분위)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학생의 재정 사정에 따른 장학금과 재정 보조의 중요성은 외국 대학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성적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고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보조 장학금만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가계소득이 연 6만 5,000 달러 미만인 학생에게 학비, 기숙사비, 식비를 포함한 총 비용을 전액 지원해 준다.

기존의 성적 장학금이 학생들의 학업의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성적 우수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딘스리스트(Dean’s list)의 성적표 내 표기 등과 같은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또한 성적 우수 장학금을 가계 곤란 장학금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 교원 등 학내 공감대의 형성이 이뤄진 후 실행되지 않는다면, 후발주자로서의 이익을 볼 수 없다. 타대학에 비해 시행이 늦은 만큼, 학내 공론화를 통해 새로운 제도에 따른 불안 요소들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 인턴십 제도 등 학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함께 장학금 제도에 대한 대학 공동체의 충분한 소통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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