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스템공학부 이유한 객원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이유한 객원교수

관악에 지는 석양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맑은 하늘과 건강한 젊음이 함께 숨 쉬고 있어서 그럴까? 나름 고심했던 ‘인생 1막’을 마무리하고 30여 년만에 돌아온 관악에는 고향과 같은 포근함이 있었다. 참 행복한 순간들이다. 숨차게 달려온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더 나은 출발을 위해 ‘옥(玉)의 티’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다만, 제3자적인 시각에서 던지는 단편적인 의견이니,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기를 당부한다. 

1. 서울대人의 현재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한반도에 한민족이 정착 이후 최고의 역량을 뽐내고 있다는 지금의 대한민국. 그 과정에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서울대人. 그렇다면 현재 구성원(학부 및 대학원생 2.8만 명)의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향후에도 과거처럼 역할할 수 있을까?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현재 역량을 ‘경제적 가치’로 정량화시켜 방향성을 찾아보자. 

〖가정①〗(배우는 단계에 있는) 학생별 현재 가치는 5.5만 US 불로 가정하자. 따라서 학생 그룹(2.8만명)의 가치 총액은 2.8만 명 x 5.5만 불/명으로 15.4억 불이 된다. 

〖가정②〗(비교 대상이 적절치 않지만) 세계 명문 축구단의 시장 가치와 견줘 보자. 세계 1위인 레알 마드리드가 42억 불, 바르셀로나가 40억 불이다.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세계 8위권의 토트넘이 학생그룹과 비슷한 16억 불 규모다. 

〖가정③〗학생 그룹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고 가정하자. 15.4억 불이라는 적지 않은 몸값을 지불하면서 구매할 주체가 있을까? 잠재적인 활용 가치만 있으면 계약이 쉽게 성사될 것이다. 

2. ‘경쟁력 50’을 ‘경쟁력 1’로 추락시키는 방법 

서울대에 갓 들어온 구성원의 잠재 경쟁력은 평균 수준(50정도)일 것이다. 잠재력을 50에서 100으로 높이려면 많은 노력이 요구되지만, 평균 이하로 떨어뜨리기는 쉽다. 다음 세 가지를 고집하면 된다. 

첫째, 과거를 추억하며,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다. 대한민국이 한국전쟁의 폐허(일 인당 소득 67불) 속에서 새롭게 출발할 때, 대학이 인재와 지식을 공급했다. 그러나 70여 년이 지나면서 소득 3만 불에 직업의 종류만 1.2만 개에 달할 정도로 사회는 진화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강조하며, 인문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통섭 능력과 빅데이터에 숨어 있는 의미에 주목할 정도다. 기존의 교육내용으로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통합적 시각과 해석 능력의 접목 등이 요구되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자들도 밤잠을 거르며 창의성 키우기에 목을 매고 있다. 

둘째, 상호 존중과 협업을 무시하면 된다. 대부분 학과가 전통을 강조하며 독립적인 길을 추구한다. 전문성은 중요하며, 어떠한 가치와도 바꿀 수 없다. 문제는 협업을 낯설어하는 데 있다. 함께 모여 전체적인 숲의 모양을 보면 명품이 나올 것 같은데, 아직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전문가 중심의 해법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엉뚱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탁월한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지만, 100명의 다양한 사람이 1,000만 명의 대중을 살릴 수도 있다. 

셋째, 캠퍼스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면 된다. 자율을 명분으로 담장을 높게 쌓을 수 있다면, 단시간에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인재 판단의 기준으로 리더십, 전문성과 함께 소통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2017년 신고리 5, 6호기 원전의 건설을 두고 ‘공론화’ 명분으로 일반 시민의 판단을 수렴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대중과의 소통이 쉽지 않음을 탓하기 전에, 소통이 필수인 사회가 이미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초등학생과 대화를 하듯이’ 편한 언어로 공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기술교류는 물론 인간적인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3. 서울대人의 미래 가치는 어떨까 

서울대人의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훌륭한 시설과 인력을 기반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사회의 변화 요구를 긍정 수렴하고 협업, 소통 문화만 확산시켜도 ‘옥(玉)의 티’는 제거되고, 미래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 구성원의 가치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구단을 뛰어넘는 순간이 기대된다. 아니 전세계 인재를 합친 것보다 더 존중받는 현장을 보고 싶다. 일주일에 하루지만 ‘가슴이 따스한’ 청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꿈이라면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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