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목) 서울대학교 교수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지난해 8월, 민주노총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교원노조법) 제2조 본문이 대학교원들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1999년 교원노조법이 제정될 때, 대학 교원들은 그 신분이 보장되고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단결권을 보장받지 못해왔다. 이번 선고는 교수의 사회적 지위가 그동안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재판부는 “2002년 이후에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로조건을 계약으로 정해 임용-재임용하도록 하는 교수 계약 임용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최근에는 대학 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등으로 단기계약직 교수, 강의 전담 교수 등이 등장했다”라고 교수의 불안정한 지위를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교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 복지 등 교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처한 대학교원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이 적용돼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이다. 사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산하단체로 2001년 11월 10일 출범했으나 합법적으로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선고로 교수는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권리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이제 입법부는 최장 2020년 3월 31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 

1960년 서울대 교수들의 자치단체로 출범한 교수협의회는 그동안 교수의 권익을 보호하며 대학의 제반 사항에 대한 평교수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그러나 임의단체로서의 한계를 가져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8월과 10월 전임교원 2,200명을 대상으로 교수조합 설립의 필요성을 묻는 설문조사(응답률 38.9%)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63.9%가 조합설립 필요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음은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토대로 교수조합이 설립됐으나, 대학 내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임교원은 대학의 주요 보직을 맡으며 대학 운영에 큰 영향력을 이미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수조합이 가까운 관계일 수밖에 없는 대학 당국과의 협상에서 불공정한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의 교원 노조법이 비전임교원을 조합 가입대상 범위에 포함하고 있지 않아 교수조합 설립과정이 전임교원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도 주의를 요구한다. 처우개선이 시급한 비전임교원의 권익과 학생, 교직원 등 다른 대학구성원의 이익을 어떻게 함께 대변할지 논의해 교수조합이 교수의 이익 추구만을 위한 단체가 아님을 인정받아야 한다. 

교수조합은 근로조건 개선 이외에 대학의 재정 확충과 인프라 구축, 대학의 자율권 보장, 교권확보와 교육정책 개선 등을 어떻게 이뤄낼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립대로서의 서울대가 어떻게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할지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추동하는 역할을 교수조합은 수행해야 한다. 서울대가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를 넘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사회 공공적 수익이 높은 분야를 양성하는 교육 복지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도록 교수조합이 견인해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 제고가 교수조합의 방향과 비전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때, 교수조합은 소수의 교수가 아닌 대학공동체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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