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경영대 교수 경영학과

우선 진영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간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화사한 관악의 봄이 시작되면서 너의 꿈은 더욱 하늘 높은 줄 모르겠지.

관악산 곳곳에는 진달래, 개나리, 철쭉이 핀단다. 곳곳에 산책로도 많으니 너만의 장소를 만들어 보렴. 앞으로 네 인생에 오롯이 남는 추억의 장소가 될 거니까. 오늘 나는 옛날의 나를 돌아보면서 몇 가지 걱정과 아울러서 선배로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옛날 관악의 봄에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작렬했고 나만의 장래보다는 나라라는 더 큰 꿈을 꾸고자 했었지. 관악 곳곳에 서있는 비석이 말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곳은 한때 ‘전쟁터’였었단다. 너희들은 옛날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선배들을 한물간 기성세대라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그들은 이 관악에 꿈을 남겨 놓았단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현실 문제로 돌아가서 미래를 생각해 보자.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서울대는 이제 과거의 서울대가 아니란다. 서울대생을 사원으로 받아들인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의 서울대생에 대한 평가는 국내대학 중에 4위 또는 5위에 그치고 있다. 그들의 불평을 들어보면 서울대생들은 대인관계와 조직에 대한 적응력이 약하고 자신감 때문에 이직률이 높고, 머리만 믿고 인성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들의 선입관도 있겠지만,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이 아니라는 말처럼 서울대생이니까 사회에 진출해서 꼭 성공하리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도서관에서 전공에 상관없이 각종 자격시험에 몰두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고 두려워질 때가 있을 거야.


목표의식 가지고 자신을 비춰보며 나아가야


전에 네가 물었던 대로 만약 내가 새내기로 돌아간다면 우선 어학 능력을 키울 것이다. 영어 외에 제 2외국어도 공부하고. 특히 중국어와 일본어도 무시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이들 언어의 기본인 한자도 공부해야 하겠지. 어학학습과 함께 동아리에 들어 학과 구별 없이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 가능하면 배낭여행을 통해 내 어학실력이 어떤지 테스트도 해봐야겠지. 그리고 해외견문을 통해서 우리만 잘난 것이 아니고 더불어 산다는 것을 배워야겠지.
이미 해오고 있겠지만 장래에 대한 목표의식을 명확하게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바란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비춰보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일상생활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작년에 학생들과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찾아보다가 너무 많아서 그만둔 생각이 난다. 그러나 문제제기로 끝내지 말고 해결방안을 생각해보자니까 리포트의 양이 줄더군. 우리는 지금까지 수동식 공부만 해왔는데 네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문제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 다행이다. 이왕이면 문제해결능력까지 갖추어 보자.

 너의 전공에만 집착하지 말고 남의 전공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고의 폭을 넓혀 보자. 사회에 나가면 정말 벽이 높아서 이런 좋은 기회가 없단다. 서울대생이 각 분야에서 성공을 많이 한 것 같아도 자수성가해서 재벌을 이룩한 사람이 적고 창업의 모험을 두려워하는 것은 왜일까.

 진영아. 아 정말 중요한 게 빠졌다. 잘 살펴보렴. 네 반쪽이 어디 있는지.

와, 난 정말 욕심쟁이다.

내가 세월을 건너 뛰어 새내기가 된다 해도 또 못 이룰 꿈이구나. 그러지 말고 확실하게 관악산이나 이따 같이 올라가자.

여하튼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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