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부터 생활협동조합(생협)은 직영 식당 6곳 중 2곳의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동원관(113동) 식당은 저녁 배식을 중단했고, 학생회관(63동) 식당은 중식 마감을 오후 4시에서 3시로, 석식 마감을 오후 7시 30분에서 7시로 변경했다. 생협 사측은 “운영 시간 단축은 ‘직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생협 노동자가 소속된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는 “운영 시간 단축은 인건비 삭감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기본급 인상을 둘러싸고 일어난 생협 노동자의 파업이 마무리된 지 채 두 달이 넘지 않은 시점에, 생협 노사는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현시점에서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는 노동 시간 역시 단축해, 지난 협상 결과 기본급이 인상됐음에도 실질적인 임금 인상을 미미하게 만든다. 생협 사측은 “이번 조치는 그동안 만연했던 연장 근로의 축소지, 실질적인 임금 삭감이 아니다”라며 “내년부터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비해 더 많은 인력이 추가돼야 하기 때문에 운영 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학노조는 “주 52시간 한도 내에서 이뤄지는 추가 근로에 대한 임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반박한다. 운영 시간 단축과 함께 진행된 전환 배치는 임금 삭감과 노동 강도의 강화를 가져왔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시차 근무’의 확대, ‘선택적 보상 휴가’의 사용 등으로 시간 외 수당이 줄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학노조는 지난 파업에서 합의된 사항을 백지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갈등에서 식당의 주 소비자인 학생의 복지는 밀려나 있다. 동원관 식당의 저녁 배식 중단은 경영대, 사회대, 행정대학원 학생의 저녁 학업 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생협 사측은 기숙사 식당(919동)의 운영도 축소하려 한다. 관악사는 기숙사 입주생에게 ‘토요일 휴관, 아침 식사 폐지, 식당 외주화’ 가운데 선호 순위를 택하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의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미지수지만, 기숙사 내 생협 식당의 운영 시간이 단축되리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생협 사측은 “지난 파업 때 합의한 바와 같이, 휴게 공간 확보를 위해 식자재 보관 창고를 축소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식당 운영 시간을 단축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이런 설명은 대학 공동체에 냉소적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 ‘휴게 공간’의 문제는 서울대에서 이제 단순한 ‘공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60대 청소 노동자가 제2공학관(302동) 1층 계단 밑 휴게실에서 사망했다. 창문 하나 없이 환풍기에 의존하는 1평(3.3m⁲) 남짓한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비극으로 노동 환경 개선이 합의됐다. ‘휴게 공간’이 식자재 창고 크기의 변동으로 논의될 사안이 아닌 이유다. 

생협 노사는 노동자 생존권과 학생 복지권을 고려해 식당 운영 시간 단축을 재고하고 서로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생협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니라, 서울대 공동체 당사자인 교직원과 학생이 출자하고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