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터널 게시판 논란에 대한 해명
중앙도서관 터널 게시판 논란에 대한 해명
  • 대학신문
  • 승인 2019.12.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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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에 중앙도서관 터널 게시판에 붙은 ‘레넌 월’을 비롯해 홍콩 시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담은 대자보 등 게시물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알립니다.

중앙도서관 터널의 게시판은 신청게시판과 자유게시판으로 구분됩니다. 후자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대자보 등을 붙일 수 있지만, 전자는 동아리 등이 사진전이나 그림전을 위해 신청 절차를 거쳐 사용합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 모임’ 명의의 소위 ‘레넌 월’은 신청 절차 없이 아마도 11월 10일(일) 전후에 신청게시판에 게시됐습니다. 이는 규정을 어긴 것이지만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월 19일(화) ‘레넌 월’ 옆에 홍콩 시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은 포스터들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또 ‘레넌 월’이 훼손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경찰에 고소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고, 다른 대학에서는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중앙도서관으로서는 염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중앙도서관장 명의로 11월 20일(수)에 다음과 같은 공지문이 나갔습니다.

알립니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치국가입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는 더욱 소중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게시물을 걸 때는 반드시 중앙도서관 행정실을 방문해 신청 절차를 밟게 돼 있습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이든 반대하는 학생이든 신청 절차를 거쳐 게시물을 부착하기 바랍니다. 또한 정치적 견해 표명이 건설적인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게 과도한 표현이나 자극적인 형식 등을 삼가길 당부합니다.
앞으로 신청 절차를 무시한 게시물은 즉시 철거할 예정임을 알립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말씀: 지난주에 깨끗이 청소한 게시판입니다. 어떠한 게시물이든 청테이프 흔적 등으로 게시판을 더럽히지 않도록 행정실의 지침을 준수해주길 또한 부탁드립니다.

2019.11.20.
중앙도서관장 김명환.


이후 중앙도서관은 신청게시판의 게시물들을 11월 29일(금) 정오까지 자유게시판으로 옮겨달라는 공지문을 추가로 붙였으며, 그 시한 이전에 학생들의 관련 게시물을 철거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 자체가 대학 캠퍼스에서 이뤄져야 할 공론화의 일부이며,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학교가 마치 중국이나 중국 학생의 눈치를 보며 대자보를 부당하게 철거한 것처럼 잘못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대학신문의 ‘신문고’에 한 학부 학생이 기고한 ‘학내 대자보 게재 제한, 적절한가’라는 글 역시 사실관계를 크게 곡해하고 있습니다. 난감한 일입니다.

11월 20일 첫 공지가 나간 직후 중앙도서관은 학생들이 게시판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게시판과 자유게시판의 구분을 한층 명확하게 하는 개선 조치를 취했고, 자유게시판의 크기를 기존보다 몇 배 늘려 충분한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각 게시판의 사용 수칙과 신청 절차를 안내하는 공지문도 새로이 정비했습니다. 학교가 대자보 게시에 대해 제한을 가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은 신청게시판과 자유게시판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고, 워낙 민감한 국제적 관심사였던 탓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중앙도서관이 최선을 다해 정당한 조치를 취해왔음을 이해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중앙도서관은 11월 29일(금) 정오까지 자유게시판으로 옮기지 않은 대자보를 철거하겠다고 공지했고, 단 하나 남아 있던 대자보는 이날 오후에 자진 철거되었습니다. 따라서 학교 측이 철거한 관련 게시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끝으로,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레넌 월’ 훼손에 대한 경찰 고소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관악경찰서는 고소를 접수한 이후 바로 중앙도서관에 수사 협조를 의뢰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CCTV 열람 등을 통해 용의자를 확인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중앙도서관으로서는 이 건에 대한 경찰 고소가 과연 한국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인 서울대에 어울리는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레넌 월’ 훼손으로 말미암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 분명하더라도 우리는 대학인으로서 곧바로 법적인 대응으로 맞서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신들의 대자보가 찢겨 나갔을 때, 다시 대자보를 붙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대학인다운 토론을 유도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잘못을 저지른 이가 누구이든 이처럼 포용적인 대응을 접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왜 소중한지, 민주주의가 왜 중요한 것인지를 진정으로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11월 20일 자 공지문에서 “정치적 견해 표명이 건설적인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게 과도한 표현이나 자극적인 형식 등을 삼가길 당부”한다고 한 참뜻입니다. 정치적 현실이 퍽 어렵게 뒤엉킨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지역 공동의 번영을 위해, 나아가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항상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학생 여러분의 치열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중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으로서 그러한 노력을 힘껏 도울 것을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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