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사회적 교섭안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집행부가 추진해 온 사회적 교섭안은 지난달 1일(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일부 대의원과 참관인들은 집행부가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안건을 상정하고 회의 진행에 있어서 공정성을 잃었다며 단상을 점거하는 등 강경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구상하는 사회적 교섭은 ▲무상교육ㆍ무상의료 등 사회보장 확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저지[]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동3권 강화 및 노사관계의 민주적 재편을 목표로 한다. 집행부는 이를 위해 노ㆍ사ㆍ정이 대등하게 참여하는 교섭기구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방안이 결국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집행부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노사정위원회에 대해 정부 주도로 운영되면서 정리해고 등 ‘반노동자적’정책을 협의, 시행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집행부가 새로운 형태의 교섭 기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임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집행부가 발표한 사회적 교섭 방침에 따르면 새 교섭기구는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실질적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을 가지므로 독립적이고 ▲대통령의 합의사항 이행이 담보되며 ▲산업별ㆍ업종별 교섭 기반을 가지는 기구이다.

하지만 사회적 교섭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방안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노동운동의 세력이 약화된 시점에서 집행부가 말하는 공정한 교섭기구는 구성되기 힘들며 산업별 교섭 또한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노재열 정책기획실장은 “사회적 교섭 자체는 유용할 수 있지만 정권이 노조에 대해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된‘교섭’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세력이 약화된 민주노총과의 교섭을 통해 노동 유연화 정책을 관철시키고, 그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정규직 확산ㆍ차별 정책으로 인한 노동 양극화는 노조의 조직력 약화를 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기아자동차 채용비리와 내부갈등 문제,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를 부각시키는 정권의 지속적인 여론 공세도 노조운동의 영향력 약화에 일조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안 처리 앞두고 조직 강화냐 분열이냐


또한 파견허용업종 확대로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다음달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될 경우 사회적 교섭안을 즉각 폐기하고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 교섭 통로를 활용해 법안 처리를 저지하도록 노력하되 현장 투쟁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회적 교섭과 현장운동이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은 “교섭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요구는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며 이를 통해 조합원의 투쟁 동기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교섭을 통해 노조의 구체적 요구사항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현장 투쟁 역량은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 측에서는 교섭기구에서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관철될 가능성이 낮은 현 상황에서 요구안을 상정했다고 그것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기는 힘들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도 반대 측은 교섭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교섭 추진을 결정하면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고 투쟁 역량이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재열 정책기획실장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통과되고 약속대로 사회적 교섭방안이 폐기될 경우 집행부의 신임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금) 열렸던 정책토론회에서도 근본적인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민주노총 구성원들이 15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얼마나 의견 조율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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