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부침과 서울대의 굴곡에 발맞춰 ‘시대정신’을 좇은 『대학신문』이 지령 2000호를 맞았다. 그간 『대학신문』은 학보로서의 정체성,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콘텐츠의 플랫폼, 그리고 지성계 동향의 전달자, 이 모든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노력했다. 

『대학신문』은 학내 뜨거운 사안을 마주해 실체적 진실을 궁구하고 학교 밖 이야기를 서울대 안으로 품어내려 했다. 학내 구성원이 가진 다양한 가치관의 간극을 넘나들어 서울대 공식 신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으며, 주간으로 간행되는 약점을 딛고 학내 구성원이 알아야 할 사회적 이슈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뉴미디어팀을 꾸려 매체의 변화에 대응하기도 했다.

1000호와 비교할 때 2000호의 가장 큰 변화는 학생기자들이 독립적인 편집권을 확보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사회 민주화에 부응하는 성과였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통해 객관적인 목소리를 유지하려는 시도였다.

물론 오롯이 학생기자만의 공은 아니다. 서울대를 향한 불신이 사회 저변에 흐르는 현실에서도, 『대학신문』이 독립적인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 당국과 교직원도 지난 63년간 『대학신문』을 뒷받침한 또 다른 주인공이다. 또한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본지를 응원하는 광고를 꾸준히 게재한 독자, 그리고 2000호 지령에 축하 광고와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분 없이 『대학신문』이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대학신문』의 어깨는 무겁다. 『대학신문』이 장밋빛 길만을 걸어 온 것은 결코 아니다. 2000호에 이르는 동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표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기사를 작성할 때의 미숙함 때문에 학내외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편집권을 둘러싼 내부의 갈등과 불투명한 조직 운영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결점에 대한 비판이 『대학신문』의 미래를 만들 것이다.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과거를 시야에 두고, 본지를 향한 비판에 귀를 열어 둠으로써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본지에게는 너무나 큰 과제가 눈앞에 남아 있다. 『대학신문』은 1953년 환도 이후 사실상 ‘서울대 신문’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대학신문』의 이름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느 한 대학의 교수와 학생 간의 동인지와 같은 체제와 내용을 떠나서 범 대학의 공기(公器)”로 출발한다는 발간사의 취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더불어 어느새인가 『대학신문』의 수식어가 된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진력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은 바로 서울대가 맡을 가장 중요한 임무며, 『대학신문』은 ‘잠들지 않고’ 그러한 노력에 동참할 것이다. 긴 여정을 걸어가는 동안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애정과 성원, 그리고 비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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