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겨울마다 쌓인 눈이 얼어버려 학교가 빙판길이 되곤 하였다. 내가 학부에 재학 중일 때는 이를 ‘관악 빙하’라고 부르기도 했을 정도로 관악산의 눈은 봄이 올 때까지 녹지 않고 학교 전체를 하얗게 수놓았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의 눈은 관악에서 그다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울대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5516버스가 빙판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2동 운행을 잠시 중단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런데 겨울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눈이 3월 개강 직후, 밤새 아무도 모르게 관악을 점령하였다. 그날 하얗게 쌓인 눈은 전날 마신 술로 늦게 일어나 기숙사에서 학교로 향하는 한 대학원생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으나, 멀리서 통학하는 친구들의 등교길을 힘들게 만들어 아침부터 불평을 늘어놓게 만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또다시 눈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동해안, 영남지역에 폭설이 내린 것이다. 3월 폭설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인데 예전에는 매우 드문 현상이었다. 눈을 거의 볼 수 없다는 부산에서도 관측 이래 최대 적설량을 기록하였다. 이번 동해안, 영남지방의 3월 폭설은 기압골에서의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성 구름의 발달이 원인이었고, 해상에서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육지와 만나면서 지형 효과가 가미되어 국지적으로 강한 눈이 내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갑작스런 3월의 눈 때문인지 요즘 기상청에는 왜 이렇게 일기예보를 못하냐는 전화가 전보다 훨씬 많이 걸려온다고 한다. 며칠 전 한 친구도 대기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왜 이렇게 기상청 예보가 자주 빗나가는 것이냐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딱히 할 말이 없기에 기상청 예보관이 바뀐 지 얼마 안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고 그냥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기예보가 안 맞는다고 투덜대지만 기상예측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강수, 즉 비와 눈의 예측은 기상 예측 중 가장 어려운 예측이라 할 수 있다. 강수가 일어나기까지에는 대기의 운동, 에너지 출입, 물의 상변화 등 복잡한 여러 대기과정이 복합되기 때문이다. 아직 인간은 대기의 모든 역학과정과 물리과정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대기와 같은 유체의 운동을 지배하는 방정식 중의 하나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은 일반해가 존재하는지조차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로,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의 일반해 풀이에는 현상금 1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자신있는 후배들은 한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온갖 첨단 과학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상예측 기술이 1일 예보의 정확도 수준을 3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되기까지 반세기가 걸렸다고 한다. 기상청 홈페이지의 단기예보를 보면 오늘, 내일, 모래의 3일 예보까지만 기재되어 있는 것은 현재 예보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예보 능력기술을 5일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약 2~30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직 대기는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다. 이러한 대기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고, 서울대 대기과학 전공에서도 학부 졸업 후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당장의 날씨 예보가 잘 맞지 않더라도 이들을 믿고 기다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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