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없는 졸업을 맞이하는 이들을 위하여
졸업식 없는 졸업을 맞이하는 이들을 위하여
  • 대학신문
  • 승인 2020.02.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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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즌이 시작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꽃집이 붐비고 졸업식 당일의 학교는 연말 세일을 맞은 백화점처럼 교통체증을 겪는다. 그러나 올해는 대학가에서 흥성이는 졸업식이 자취를 감췄다. 모든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있으니 굳이 졸업식의 부재만을 유감스러워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졸업과 입학이 모든 학교의 일년지대사임을 고려할 때 졸업식의 취소는 어느 행사의 취소보다도 우리를 아쉽게 한다.

『논어』에 “예는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 낫고, 상례는 형식을 잘 갖추기보다는 오히려 슬퍼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예의 형식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인데 요즘에는 상례보다는 결혼식과 관련해 자주 인용된다. 화려하고 멋진 결혼식은 겉치레일 뿐이다. 결혼의 핵심은 신랑 신부의 사랑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종래의 형식적인 결혼식을 거부하고 다양한 방식의 결혼식을 시도하거나 결혼식 자체를 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들이 가슴속에 한을 품고 살다 수십 년 후라도 결혼식을 행하는 경우들을 흔히 보게 된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담을 형식의 부재는 내용의 실재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형식을 추구하고 거기에 얽매이는 것이다. 

졸업식 또한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매년 두 차례나 행해지는 졸업식은 매우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졸업자의 상당수는 수천 명이 참여하는 졸업식장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저 밖에서 사진이나 찍다가 돌아갈 뿐이다. 심지어 졸업식날 학교에 아예 가지도 않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갑작스런 졸업식의 부재는 학업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이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온 가족과 친지들이 졸업식 참여를 학수고대했는데 졸업식이 취소됨으로 크게 실망했다는 얘기들이 들려온다.

졸업식의 공식 명칭은 학위수여식이다. 본질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학위를 받게 된 이들을 축하하고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마음이다. 졸업식의 부재가 이러한 마음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앗아갔지만 졸업하는 여러분들을 축하하고 축복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여러분은 이제 서울대의 졸업생이라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받게 됐다. 여러분이 학교를 떠난 후 다시는 학교에 발길을 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분의 행보에 대해서 사회는 끊임없이 서울대와 연관을 지어 언급할 것이다. 개인의 행동이 그가 속했거나 그를 배출한 단체에 칭찬과 격려로 돌아오는 일은 적지만 비난과 지탄으로 돌아오는 일들은 다반사다. 여러분이 오늘 받는 축하와 축복이 수십 년 후 서울대에 그대로 다시 되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오늘 교문을 나서는 이들을 위한 최선의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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