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진짜 진실”을 파악하는 방법
세계의 “진짜 진실”을 파악하는 방법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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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 방학 중 학생들이 중앙도서관에서 많이 대출한 책, 『팩트풀니스(Factfulness)』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눈앞에 놓인 객관적인 증거마저 외면하곤 한다. 이를 극복하고 사실을 가감 없이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선 질문을 마주한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그 답으로 통계적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사실충실성’을 확보할 것을 주장한다.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간극 본능’, ‘부정 본능’, ‘공포 본능’, ‘일반화 본능’, ‘비난 본능’ 등 편협한 인식과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인간의 열한 가지 본능을 소개한다. 나아가 그는 데이터 중심의 통계적 접근 방식을 활용해 사실 판정의 기준을 제공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로슬링에게 통계 자료는 객관적 사실로서,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다.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그는, 2000년 중반부터 비영리 단체인 ‘갭마인더’ 재단에서 빅데이터 연구에 사용 가능한 물방울 도표 ‘트렌달라이저(Trendalyzer)’를 개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통계 자료를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의 진실을 파악하려는 로슬링의 신념은 『팩트풀니스』에서 드러난다.

저자가 제시하는 각각의 본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떠올리는 편견들을 대표한다. 각 장에 하나씩 실려 있는 ‘사실 문제’ 풀이의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사실 문제’는 열한 가지 본능에 기인한 대표적인 편견들을 발문으로 재구성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편견에 휩쓸리지 않고 정답을 고를 수 있는지 시험한다. 그 중 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1) 저소득 국가  2) 중간 소득 국가  3) 고소득 국가

문제의 정답은 2번이다. 하지만 로슬링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간극 본능” 때문에 1번을 정답으로 고른다. 이는 어떤 대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본능이다. 로슬링은 이 본능이 사실적 데이터를 근본적으로 왜곡한다고 본다. 통계 데이터를 통해 인구의 75%가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세계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이분하는 사고방식이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이렇듯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통계적 수치에 근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능의 왜곡을 뚫고 각 문제의 정답을 골라냈을까? 로슬링은 문제의 정답률을 밝히며 이를 “침팬지의 정답률”과 비교했다. 침팬지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므로 선택지 중 하나를 임의로 고를 수밖에 없는데, 선택지가 세 개이므로 침팬지의 정답률은 33% 정도를 웃돈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항에서 사람의 정답률은 침팬지의 정답률과 큰 차이가 없다. 저자는 사람들이 편견에 얽혀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적 사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열세 가지 문제의 정답률을 제시하며, 인간 인식의 여러 본능 탓에 우리의 판단이 아무런 사고를 거치지 않는 임의의 판단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본능은 “비난 본능”이다. 로슬링이 이야기하는 “비난 본능”이란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이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해 잘못의 책임을 어느 한 쪽에 극단적으로 부과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저자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난 본능을 통해 사건의 일차적인 대상을 찾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속단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런 비난 본능이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저해시킨다고 지적한다. 현대인은 사건의 전모를 “지극히 단순한 원인”으로 귀결시키는 데 익숙해져가며, 그렇기에 비난의 대상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로슬링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확증 편향을 타파해 ‘사실충실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과 선입견에 부합하는 근거만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뜻한다. 몸에 습관처럼 밴 낡은 접근 방식이나 편견, 고정관념은 현대인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보들을 공정하게 수집하기 전에 자신의 미시적인 앎과 사상에 매몰되게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저자는 책 말미에서 교육․언론․정치․경제 등의 각 분야에서 사실충실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살핀다. 방법론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은 데이터가 보여주는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배우는 것”에 있다. 개인은 사실이 명시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식함으로써 편견을 버리고 논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일부 포털사이트와 언론은 검증된 사실이 담긴 기사를 선별해 별도의 카테고리로 제공하고 있다. 카테고리의 이름은 저마다 다르지만 ‘팩트체크’라는 목표 의식이 반영됐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이처럼 객관적인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방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인식 본능은 우리의 생각보다 눈앞의 사실을 더 많이 왜곡하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를 막고 더욱 건전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사고 체계와 가치관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이창신 옮김, 474쪽, 2019. 03., 김영사)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이창신 옮김, 474쪽, 2019. 03.,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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