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야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야
  • 대학신문
  • 승인 2020.03.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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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플랫폼 노동자가 과도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택배 배송 노동자, 가사 노동 대리인, 대리운전자 등 ‘온라인 투 온라인’(O2O) 플랫폼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코로나 상황이 만들어낸 ‘사회적 거리’를 메우는 데 주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목) 새벽 2시경, 계약직 택배 노동자(46세)가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4~5층 사이 계단에서 쓰러져 숨졌다. 지난달에 1년 비정규직 직원으로 쿠팡과 계약한 그는 나흘간 교육과 동행 배송을 거쳐 일을 익힌 후, 곧바로 단독 배송에 나선 입사 4주 차 ‘쿠팡맨’이다. 그는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7시까지 배송 구역을 두 번 도는 일을 했다. 평상시에는 하루 최대 물량이 250개 정도였던 반면, 코로나 사태 이후 하루 평균 물량은 300개, 어떤 날은 400~500개에 달했다. 이후 지난 1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 기자회견에서 배송 물량은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비인간적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지적됐다. 그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수차례 발생했으나 플랫폼 노동 시장은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예견된 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O2O 기반 산업의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O2O 서비스를 통한 거래액은 약 97조 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22.3% 늘어난 수치다. 또한 O2O 기업 매출액은 약 2.9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4% 증가했다. O2O 플랫폼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약 34.2만 개에 이르고, O2O 서비스 종사자는 약 53.7만 명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점은 플랫폼 내부의 직접 고용 인력은 1만 6000명에 불과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되는 외부 서비스 인력이 약 52만 1000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9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와 임금 노동자의 경계에 놓여있으나, 이들의 새로운 고용계약 형태를 반영한 사회 안전망은 전무하다.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해 위탁 계약을 맺는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무에 대한 보수를 건당 수수료 형태로 지급받거나 업무 시간 등을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로 취급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플랫폼 기업은 노무 제공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사후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는 강한 업무 종속성을 갖는 ‘임금 노동자’와 다름없다. 실제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의 플랫폼 노동과 사회보장’ 보고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 ‘일하는 방법과 노동 시간·장소에 대한 지시나 규율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53.5%에 이른다. 그간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의 효율성을 앞세워 회색 지대에 놓인 이들을 ‘자영업자’로 칭하며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임시직 노동자로 관리해왔던 것이다.

플랫폼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만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막을 수 없다. 지난 2018년 특수 형태 근로자의 고용 보험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되고, 2019년 고용노동부가 ‘요기요’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등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이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까지 내몰릴 수 있다. 4주 차 ‘쿠팡맨’의 죽음은 이 사각지대에서 일어났음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원격 근무나 유급 휴가를 통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다. 기업 또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지원이 이들과의 고용 관계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것을 우려해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기업에 이들을 임금 노동자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할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전 사회가 재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처한 노동 상황에 맞는 사회 안전망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난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사고와 재해, 그리고 죽음은 반복될 것이다. 사회적 재난이 초래한 위기 상황은 그에 맞는 대책과 실행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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