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안방 1열’에서 극복하기
코로나19, ‘안방 1열’에서 극복하기
  • 김대은 기자
  • 승인 2020.03.30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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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여러 문화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그러나 몇몇 문화 기관은 온라인으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활로를 열어 두고 있다.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손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홈페이지에서 지난 60년 간의 공연을 무료로 상연 중이며, 아라리오 갤러리는 지난 2월에 상하이에서 예정됐던 전시 Beyond the Sculpture - the Unrealized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안방 1열’에 흐르는 쇼팽의 선율

2019년 9월에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홀에서 열린 음악회 상투 마티아스 로우발리와 앨리스 사라 오트에서 피아니스트 앨리스 사라 오트(Alice Sara Ott)는 녹턴 올림다단조, op. posthum를 연주했다. 이 곡은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폴란드의 도시인 바르샤바를 묘사하는 데 사용됐을 정도로 비극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피아니스트가 화음을 연주하면서 곡이 시작되자 무거운 공기가 장내를 짓누른다. 피아니스트의 가는 손가락에서 한없이 적막한 소리가 전해진다. 렌토 콘 그란 에스프레시오네(Lento con gran espressione), 느리게 그리고 풍부한 표정을 담아 제1 주제가 시작된다. 왼손이 건조하게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박자를 연주하는 사이 오른손은 트릴과 셋잇단음표, 포르테와 피아노를 오간다. 적막감으로 휩싸인 공연장은 텅 빈 폐허처럼 느껴지고 그곳에서 독주하는 연주자의 모습은 장내에 쓸쓸함을 더한다.

제2 주제에 들어서자 피아니스트의 표정이 밝아지고, 단조에서 장조로 조성도 변화한다. 4분의 4박에서 4분의 3박으로 박자가 바뀌며 곡이 빨라지고, 8분음표 대신 셋잇단음표가 연주되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밝아진다. 장내에 울리는 소리는 여전히 잔잔하지만, 1주제에서보다 훨씬 부드럽다. 서스테인 페달의 사용은 최소화되고, 피아니스트의 손놀림도 가벼워진다.

제1 주제로 돌아오면서 음계가 단조로 돌아온다. 적막한 분위기의 곡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던 중, 느닷없이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을 부르르 떨면서 온몸으로 건반을 세게 누른다. 피날레에 이르러 11, 18, 35잇단음표처럼 무질서한 박자가 마구잡이로 등장할 때쯤,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곡이 마무리된다.

현대인의 실현되지 못한 욕망

김병호, 권오상, 코헤이 나와(Kohei Nawa)를 비롯한 6인의 아시아 작가가 참여한 전시 Beyond the Sculpture - the Unrealized는 조형물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을 그린다.

반듯한 도로와 건물로 가득 찬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도심 속 공원은 인공적인 도시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쉼터다. 알록달록한 알루미늄 봉 여러 개를 3m에 달하는 높이로 쌓아 올린 김병호 작가의 조형물 ‘Garden’(2013)은 하나의 정원이다. 놀이터나 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노랑, 초록 등의 색으로 채색된 이 작품은 자연으로 여겨지는 정원조차도 누군가의 작품임을 일깨워준다. 결국 인공적인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은 채워질 수 없다.

전시는 욕망의 허황됨을 보여준 다음, 이어지는 또다른 조형물로 현실 세계에서 실현 불가능한 욕망을 실현해 보인다. 권오상 작가의 조형물 ‘New Structure 11 XJ &B Jaguar’(2016)는 고급 승용차인 재규어 XJ의 계기판, 휠, 가죽 시트 등의 부품을 평면에 인쇄해 이어 붙인 구조물이다. 호가의 고급 자동차는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이를 소유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관객은 작은 구조물을 통해 고급 자동차의 내부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다. 무게감과 공간감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조소 기법에서 탈피해 가벼운 조각을 시도한 이 작품은,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는 것처럼 어려운 욕망도 조소 세계에서는 쉽게 충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국립국악원은 매일 국악 한 편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공하는 데 이어 매주 토요일마다 실시간으로 온라인 국악 공연을 진행 중이며, 국립현대미술관도 유튜브에 전시 투어 영상을 공개하는 등 여러 문화 기관에서 온라인 문화 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 및 시민의 노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진정돼 가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끼친 영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많은 극장이 영업난으로 임시 휴업을 선언한 데 반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트래픽은 폭증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생활의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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