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선본원 과거 성추행 가해

선본장은 이 사실 알고도 묵인

선본 「파랑」 지난 10일 밤 결국 사퇴

사퇴 후에도 사과문 논란

제62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단독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선본) 「파랑」이 사퇴하면서, 지난 선본 「내일」의 사퇴와 아울러 총학 선거가 두 번 잇따라 무산됐다. 지난 9일(목) 선본 「파랑」 소속 선본원의 과거 성추행 가해 사실이 공론화됐다. 이후 해당 선본원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사실을 알고도 인선을 묵인한 선본장 또한 다음날 물러났다. 그럼에도 선본 전체에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지자 같은 날 밤 선본 「파랑」도 사퇴했다.

선본원의 과거 성추행 자행 그리고 선본장의 묵인

지난 9일 밤 「파랑」 후보단이 페이스북 공식 선본 계정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스누라이프’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후보단은 사과문에서 △7일 한 선본원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피해자로부터 제보받았고 △이후 대질한 결과 해당 선본원이 사실을 인정했으며 △선본장은 이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과문에는 “(피해자의 제보를 받은 이후) 가해자는 사과문, 선본장은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확인 과정에 미진함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사과문, 그리고 후보단은 인선 과정에 책임을 지는 사과문을 피해자에게 전송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정후보 박성호 씨(자유전공학부·13)는 “피해자가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받은 사과문을 공개적으로 게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피해자와 협의한 끝에 △가해자의 사퇴 △선본장의 사퇴 △「파랑」 후보단의 대중 사과문 게재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본원은 2018년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선본 「파랑」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과문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가해 다음 날 피해자에게 사과했으며, 당시 출마 준비 중이었던 단과대 학생회장 임기를 끝으로 학내에서 공직을 맡지 않을 것을 피해자에게 약속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해당 선본원이 선본 「파랑」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가 선본 「파랑」의 부후보에게 그 사실을 제보해 사건이 공론화된 것이다.

한편 선본 「파랑」의 선본장은 선본 구성 이전부터 해당 선본원의 가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인선 과정에서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본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선본장직을 사퇴했다. 사퇴문에서 그는 2018년 당시 피해자에게 직접 가해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피해자의 부탁에 따라 가해 지목인에게도에게도 해당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선본장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잘못이 있다면 해결한 뒤 공적인 업무를 하라고 간접적으로 이야기한 적 있다”라며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 이후 공적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던 해당 선본원이 학생회 활동을 이어갈 의지를 밝혔고, 피해자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피해자로부터 (공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용인받았다고 추측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용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한 직후 선본원의 사퇴와 함께 선본장으로서 이에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선본장직을 사퇴한 이유를 밝혔다.

「파랑」 후보단 사과와 사퇴

선본 「파랑」은 선본원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선본 내에서도 해당 선본원과 선본장만 알고 있었다는 점을 밝혔다. 박성호 정후보는 “정후보와 부후보 모두 최하영 부후보(언어학과·18)가 피해자에게 제보를 받은 7일에서야 (선본원의)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파랑」 후보단이 사과문을 게재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선본원도 있었다. 선본원으로 활동한 B씨는 “지난 9일 오전에서야 선본 인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만 전해 들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본원과 논의하지 않고 사과문을 일방적으로 게재하면서 일부 선본원은 유감을 표했다”라며 후보단 측에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본원과 선본장의 사퇴, 선본 「파랑」의 사과문 게재에도 비판 여론은 식지 않았고 결국 지난 10일 밤 9시 30분경 선본 「파랑」은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박성호 씨는 『대학신문』에 “「파랑」은 사퇴하지만 「파랑」이 가진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누군가는 이 방향성을 이어받은 학생 사회를 만들어나가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파랑」 후보단 사과문 2차 가해 논란

선본 「파랑」의 사퇴 이후에도 파랑 후보단이 게재한 초기 사과문은 여전히 논란이 됐다. 사과문 중 일부 문구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된 것이다. 「파랑」 후보단은 사과문에 “어떠한 잘못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중의 비현실적인 요구가, 그 동안 선거와 학생회를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과 비전의 자리가 아니라, 상대방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인지 몰아붙이는 자리가 됐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라며 “그러나 앞으로도 문제 제기 자체가 선본과 학생회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학생 사회에는 학생도, 미래도, 희망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이후 논란이 되자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선본 「파랑」이 사퇴하기 직전인 지난 10일 오후 9시경, 홍류서연 씨(사회학과·17)는 해당 문구에 대한 선본 「파랑」의 사과를 요구하는 사과 요구문 및 연서명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사과 요구문에서 그는 해당 문구는 결국 피해를 호소하고 이에 대해 연대하는 것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정치적 추락을 위한 행위라고 규정한다며, 이는 그 자체로 2차 가해이자 피해 호소인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선본 「파랑」의 사퇴 이후 홍류서연 씨는 “선본 「파랑」은 사퇴했지만, 2차 가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는 유효하다”라며 “사퇴문에도 해당 논란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에 선본 「파랑」은 이에 대해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10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약 70명이 연서명에 동참해 이를 박성호 씨에게 전달했다”라면서 “사과문의 내용을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호 씨는 사과문의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사과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대학신문』에 전했다. 박 씨는 “논란이 된 문구는 출마사에서 따온 것이지만, 사과문 작성 과정에서 이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잊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서명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요구하는 것인데, 선본이 사퇴했기에 사과할 의무가 없다”라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출마사에 “선거와 학생회는 누군가를 고통스럽고 추악하게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비전과 정책의 자리여야 한다”라며 “차이에 대한 거부감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만 골몰한다면, 앞으로 학생 사회에는 학생도, 미래도, 희망도 없을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한편 지난 11일 새벽 피해자는 ‘에브리타임’에 사과 요구문을 포함해서 어떤 형태로든 일이 커지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더 이상 일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예상치 않았던 방향으로 일이 흘렀고, 너무 많은 파장이 일어남으로써 많이 힘들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사과 요구문의 취지에 동의하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피해자인 제가 용인한 사과문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이 더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사과 요구 중단을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또한 “사과 요구문에 대한 비난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하며 사과 요구문 및 연서명에 대한 논란 역시 과열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선본 「파랑」의 사퇴로 제62대 총학 보궐선거가 무산되면서, 총학생회칙 제10장 제71조에 따라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가 직무를 계속해서 대행할 예정이다.

 

인포그래픽: 이현지 취재부 차장 dlguswl082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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