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우 부총학생회장 응용생물화학부ㆍ01

얼마 전 정운찬 총장은 2006년부터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유전공제란 광역화의 확대판으로서 신입생 일부를 모집단위의 구분없이 뽑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한다.

자유전공제 도입은 학부대학으로 변화해 가는 준비과정이다. 그러나 현재 광역화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데도, 그것의 완성판인 학부대학 및 전문대학원 체제로의 대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서울대는 2002년에 처음으로 모집단위 광역화를 실시했다. 학문 간의 위계서열화와 기초학문의 붕괴, 대학공동체의 붕괴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있었으나 대학본부는 모집단위 광역화를 독단적으로 강행했다. 이후 3년이 지난 오늘날, 광역화에 대한 평가는 너무나 부정적이다. 인문대의 경우 이미 영문과, 중문과, 국문과 3개 학과로의 극심한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광역화는 취직이 잘 되고, 돈을 잘 벌 수 있을 만한 전공부터  ‘전망없는’ 전공까지의 서열화만을 확고히 하고 있을 뿐이다.

학부대학 및 전문대학원 체제는 2002년에 시행된 광역화를 관악캠퍼스 전체로 확장한 형태다.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해서 기초 과정을 가르친 후 희망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또 학부대학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전문대학원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체제에서는 소수의 전문대학원이 재원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학생들은 소수의 전문대학원에 진입하기 위해 더욱 극심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다.

광역화의 확장판인 학부대학 및 전문대학원 체제는 광역화의 폐단을 확대한 형태가 될 것이다. 전문대학원으로 재편되는 학문과 그렇지 못한 학문의 위계서열화는 지금보다 훨씬 극심해질 것이고, 결국 기초학문의 고사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지금의 전공진입을 위한 경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해질 것이다. 결국 대학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학문을 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 ‘돈 되는’ 소수 학문으로 진입하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무한한 경쟁의 공간이 되어 버릴 것이다.

광역화의 폐단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지금, 자유전공제의 도입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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