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 문제점과 해결책은
사회복무, 문제점과 해결책은
  • 김대은 기자
  • 승인 2020.05.3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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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제5조에 따르면 한국의 병역은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 등으로 분류된다. 보충역은 병역 판정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으나 병력수급 사정에 의해 입영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이 혹은 현역으로 입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중 보건 의사 등으로 복무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중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름은 얼핏 낯설게 다가오지만, 사실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복무 유형이다. 흔히 말하는 ‘공익’이 그들이다. 사회복무요원은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좀 더 자유로운 사회 활동이 가능하기에, 현역병의 부러움을 사며 ‘꿀보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꿀’을 향한 부러움은 그 뒤의 여러 ‘그림자’를 가리고 있다. 그간 군대 문제가 떠오를 때 현역병에 비해 부차적으로 다뤄져 온 사회복무요원 문제를 『대학신문』이 짚어 봤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사회복무 대상자들은 입영 대기로 인해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이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남성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직장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역 입영 대상인 병역 미필자는 빨리 군대를 다녀와 이후의 학업 및 취업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사회복무요원은 현역에 비해 입영 대기 기간이 길어 학업 및 취업에 심각한 지장을 겪고 있다. 실제로 병무통계에 따르면 2018년 사회복무요원 소집자원은 114,014명인 데 반해 같은 해 소집인원은 29,835명으로, 소집자원이 소집인원에 비해 수 배가 많은 실정이다. 사회복무요원 입영을 대기 중인 양승준 씨(25)는 “사회복무요원 입영이 원할 때 되는 것도 아니고, 병역 면제가 된 것도 아닌 상태로 허비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라고 털어놨다.

병무청은 입영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뒤 3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되지 않으면 ‘전시근로역’으로 처분해 사회복무를 면제해 주는 ‘장기대기 사유 전시근로역 처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병무청의 연구용역 보고서 「사회복무제도 운영성과 진단 및 제도혁신 방안」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9천 명 이상이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기간은 장기대기로 인정되는 3년의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에,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이런 제도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복무요원 입영을 대기 중인 A씨(25)는 “학생 신분으로는 3년을 대기해도 면제를 받을 수 없다”라며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년 내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

오랜 기다림 끝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소집되고 나서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과 함께 근무하지만, 직무상 공무원을 보조하는 위치에 있고 공무원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기에 부당한 대우나 지시를 받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 사회복무요원 출신의 B씨(25)는 “직원들이 부를 때 ‘XX(이름)야’ ‘야 공익’ 등 반말로 불렀다”라며 “당시 신분상 공무원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라고 증언했다. 또 사회복무요원 출신인 C씨(27)는 “근무 시간 동안 강제로 휴대폰을 제출해야 했으며, 법적으로 근무 외 시간인 점심시간 휴식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우에도 사회복무요원은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다. 사회복무요원의 관리는 일차적으로 해당 기관 사회복무요원 담당자의 업무지만, 담당자 또한 해당 기관 소속 공무원이므로 같은 기관 내 다른 공무원과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 또한,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의 고충 상담, 복무기관과의 갈등 해소를 위해 ‘복무지도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병무청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복무 중 애로 사항 발생 시 복무지도관과의 상담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61.5%로 나타났다. 2008년 사회복무제도 도입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연구책임을 담당했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은 “현재 복무지도관은 사회복무제도에 무지한 전직 군인이나 병무청 퇴직 공무원들로 채워지고 있어 사회복무요원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무요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는 방법을 알리는 등 부당한 처우에 대한 대처법을 스스로 찾고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은 “사회복무요원의 애로 사항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미비하므로 일종의 자력 구제를 시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에게 지급되는 보수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이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의 보수는 현역병과 같은 금액에 중식비와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돼 있으나, 사회복무요원 입장에서는 부족한 금액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D씨(26)는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지만, 현역병과 달리 자비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7년에는 사회복무요원에게 현역병의 봉급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하도록 한 ‘병역법 시행령’ 제62조 제1항에 대해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사회복무요원은 다른 소득활동이 금지되므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결정문을 통해 “봉급 외에 기본적인 의식주가 모두 제공되는 현역병과 달리 사회복무요원에게는 다른 의식주 비용이 지급되지 않아 차별취급이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청구를 주도한 이다훈 씨(24)는 “생활이 어려운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겸직이 가능한 예외규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됐다”라며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겸직을 허가받기가 매우 어렵고, 만약 겸직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생계를 위해 병역의무 중 아르바이트를 따로 하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는 스위스는 식비를 모두 제공하는 등 복무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편 일부 사회복무요원은 신체적·정신적 약자로서 군사 훈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도 예비적 병력으로서 기초군사훈련 및 예비군 훈련의 대상이 되지만, 신체적 한계 때문에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보충역은 일부 훈련 과정이 면제되는 등 졸속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 출신의 E씨(27)는 “신체적 한계로 현역과 동일한 예비군 훈련을 받는 데 애로 사항이 있다”라며 “사회복무요원의 사정을 고려한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전문성 배양이 필요

사회복무요원은 한 기관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나 책임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들의 업무 분야는 사회 복지, 보건 의료, 교육 문화 등으로 사회복지사, 의무기록사, 청소년상담사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아무런 자격 없는 사람이 지금까지의 탈락 횟수 및 연령을 이유로 우선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사회복무교육본부는 사회복무의 목적으로 “증가하는 사회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시설의 인력난 해소 및 사회서비스 질적 수준 향상”을 들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관악구청의 한 사회복무요원 담당자는 “사회복무요원이 신규 배치를 받을 때 이수하는 신규자 교육 및 병무청 교육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육은 본인이 복무하는 분야에 특화된 교육이 아니라 사회복무에 대한 전반적 교육으로, 모든 요원들이 일률적으로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다른 전문성 없이 소집되다 보니 사회복무요원은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반대로 해서는 안 될 일에 투입되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 출신인 B씨(25)는 “하는 일이 없어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라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n번방 사건’과 관련된 사회복무요원의 일탈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사회복무요원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조회해 n번방 운영자에게 전달한 것이다. 사회복무요원은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다룰 수 없지만, 철저한 업무 분담 및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현재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는 목적은 그곳의 복지 공무원을 돕는 것에 한정되지만, 관행적으로 이들을 행정 민원 업무에 배치하고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사회복무요원을 관련 기관에 우선 배치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현역병의 경우 기술행정병 등 본인의 특기, 전공에 맞는 병역 자원 소집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모집병은 전기, 요리, 기계, 의무 등 내부적으로 적성을 분류해 특기를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은 법령상으로만 유사한 제도가 있을 뿐 실제로 시행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독일은 민사복무요원이 희망하는 기관 및 그 안에서의 직무를 미리 선택하고, 복무기관에서는 심층 면접을 통해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라며 “우리나라는 직무도 제대로 결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 이름만 보고 탈락 횟수 및 나이순으로 선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

만약 특별한 전공이나 특기가 없다면, 최소한의 교육을 통해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사회복무제도의 근간이 된 독일 민사복무제도의 경우, 민사복무청 소속의 ‘민사복무학교’를 운영해 소양교육 및 직무교육 외에도 사회복지단체 소속 민사복무자를 위한 별도의 교육시설 및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대만, 스위스 등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는 다수의 다른 국가들도 개개인의 복무 분야에 맞는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병무청은 2016년 ‘사회복무연수센터’를 개관해 기본교육, 리더교육 등 합숙 훈련 방식으로 교육을 시작했음에도 다른 나라와 같은 전문적 교육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기본교육은 각 직무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전체 대상 교육이고, 리더교육은 전체 사회복무요원 중 극히 일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아울러 이곳의 소양교육, 직무교육 등은 별다른 평가 절차가 없고 복무지 결정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이 열심히 참여하게 만들 유인이 부족하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현재 사회복무요원과 관련된 모든 인력과 예산 등이 복지 체계에 문외한인 병무청에 집중돼 있다”라며 “병무청의 역할은 보충역 판정 정도로 제한하고, 그 이후의 사회복무요원 배치, 교육, 관리 등은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처럼 복지기관에 대해 잘 아는 부처에서 맡을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 또는 현역병으로 복무해야 할 20세 남성 인구의 감소는 사회복무제도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수가 줄어들면서 부족한 인력을 양심적 병역거부자 또는 민간 영역에서 보충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20세 남성 인구는 2012년 38.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37년에는 17.8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징병 대상자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만큼 군 인력 체계 및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사회복무제도의 존폐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병무청은 병력 증대를 위해 보충역 제도인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으나, 과학계 및 산업계의 반발로 번번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징병 대상자 자체가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현역은 물론이고 보충역의 감소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은 “21세기 들어 달라진 안보 상황이나 무기체계의 발전 등을 고려했을 때 군대의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지적했다.

사회복무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올해 1월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체가 허약하거나 학력 수준이 낮은 자들은 이미 사회적 약자이기에 그들이 사회적 노역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사회복무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사회복무제도가 폐지되더라도 복지서비스 수요는 그대로 남기 때문에 이를 직업 교육의 장 및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을 여지도 있다. 최현수 연구위원은 “민사복무제를 시행하던 독일의 경우, 모병제 도입 이후 민사복무요원이 담당하던 일을 일반인들의 일자리로 돌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사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복무요원이 ‘꿀’이라는 인식은 본질적인 질문을 가린다. 사회복무요원은 어째서 존재하고, 어떤 역할을 맡는가. 복무자와 복무 기관 양자가 실효 없이 피로감만을 느끼는 지금, 제도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고민하고 되짚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상담지원팀장은 “사회복무제도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군대를 가야만 공명정대하다’라는 인식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형평성의 논리에 매몰돼 수많은 인력과 예산,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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