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석화 교수(의학과)
김석화 교수(의학과)

지난달 17일 서울대병원 본관(1동)에서 김석화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추억들이 담긴 사진첩을 보여주며, 정년을 맞아 이를 선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소아 성형학계의 명의로서 서울대병원 성형외과장으로 일했고 현재 서울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마지막 수술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수술복을 입고 인터뷰에 응하는 김 교수의 모습에서 한평생 의사로 살아 온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Q. 정년을 맞은 소감이 어떤가?

A. 아직 얼떨떨하다. 정년을 맞았다는 사실이 실감나지는 않지만 시원한 기분이다. 1972년 의예과에 입학한 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한동네에서 계속 지내는 것이 조금 지루하던 차에 이곳에서 벗어나게 되니 홀가분하다. 이틀 전에 마지막 수술을 했고 어제 마지막으로 외래 진료를 한 뒤, 오늘 처음 수술장에 가지 않은 채 방에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그동안 왜 그렇게 헐레벌떡 살았는지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 또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와 서울대병원의 훌륭한 팀에서 일한 덕분이라 생각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Q. 오랜 기간 소아 성형 전문의로 일해 왔다. 주로 어느 분야를 담당하나?

A. 보통 ‘성형’이라고 말하면 미용 분야를 연상한다. 사실 성형은 과거 인도에서 코를 없애는 형벌을 받은 죄수에게 없어진 코를 다시 만들어 주는 수술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소아 성형 전문의는 주로 선천성 기형이 있는 아이들을 수술하는 일이 많다. 가장 흔한 수술은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구순열’ 혹은 ‘구개열’ 수술이다. 구순열이나 구개열은 신생아에게 5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난다. 또 신체 일부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해서 귀의 크기가 작거나 귀 없이 태어나는 ‘반안면왜소증’을 앓는 아이들에게 귀를 만들어 주는 수술도 한다. 

Q. 원격협진이 가능한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래지향적 기술 발전을 통한 의료 시스템의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나?

A. 현재 서울대에서 MBRC(Medical Big Data Research Center)라는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된 비대면 기술과 더불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 미래 의료에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데이터를 대량으로 분석해서 현실을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최근 데이터 산업의 흐름이다.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강조되는 현대 의학의 흐름에 맞춰, 빅데이터를 통해 질병 예측을 위한 증거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사람이 아프기 전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질병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

A. 딸 두 명과 아들 한 명을 내 환자로 둔 어머님 한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드님은 군복무 중이어서 얼마 전 퇴임 기념으로 두 따님과 어머님이랑만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분들이 나에게 가지는 신뢰를 더욱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분들 외에도 모든 환자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내가 진료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진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환자들을 대했다. 내가 정년퇴임할 때까지 따라와 준 환자들과 그 부모님들한테 감사하다.

김석화 교수는 끝으로 “서울대 학생들은 성실하기 이를 데 없지만 개인적으로만 성실하지 말고 사회적으로도 성실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주위 사람들과 동료들에게 늘 배려심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김 교수의 따뜻한 삶의 철학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진: 김별 기자 dntforge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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