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최희동 교수(융합과학부)
최희동 교수(융합과학부)

지난달 15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퇴임을 앞둔 최희동 교수(융합과학부)를 만나 그의 업적과 원자력 관련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는 “인류에게 닥칠 위기를 다룬 책인 『로마클럽 보고서』를 읽고 나는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던 중 교수의 길을 걷게 됐다”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Q.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29년간 재직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A.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개발에 참여했던 일이다. 하나로는 우라늄의 핵분열 연쇄반응에서 생성된 중성자를 활용해 방사성 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사성 물질은 동위원소 생산시설을 통해 의료용,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로 가공된다. 이때, 하나로에 사용되는 여러 장비 중에서 중성자를 활용해 원소를 분석하는 장비의 개발에 참여해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원자핵공학 세부 전공인 방사선공학을 소개하자면?

A. 핵공학은 원자력과 방사선의 응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방사선공학은 핵공학 하위의 학문으로, 방사선의 기초 특성부터 방사선 측정법, 활용 등에 대해 다루는 학문이다.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 방사선공학이 적용되는 사례를 설명하자면 △원자력 발전소 △병원 △산업체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해 해당 업체에서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Q.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최근 며칠간의 호우로 일부 지역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무너지는 뉴스가 있었다. 이렇듯 호우, 폭설 등 날씨와 같은 가변적인 요소로 인해 지속적인 생산이 어려운 신재생 에너지가 원자력 에너지를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원자력 에너지의 마땅한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현재로서는 각 나라의 특성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수용성이 높은 전력원을 혼합해 구성하는 ‘전력원의 적절한 혼합’이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공급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 에너지는 기술적, 재정적인 문제로 생산하기가 어려운 에너지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한국형 원전의 높은 경제성과 섬세한 기술성을 바탕으로 타 국가보다 원전을 수용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가 한국 사회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라고 보긴 어렵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의 처분 문제와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가 원자력 에너지를 완전히 거부하기보다는 타 에너지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정도로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후학들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A. 두 가지 한자성어를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다. 첫 번째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다. 이는 유교 경전인 『논어』에 등장하는 성어로,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둘째는 주자의 『주문공문집』에 나오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으로,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라는 뜻이다. 내가 공부하던 시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사회, 기술 등 여러 분야의 발전 속도가 높다. 재빠르게 변하는 학문 공동체 속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두려면 후학들은 내가 제시한 두 사자성어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기존에 정립된 것을 답습하기보단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틀을 제시하려는 학생의 자세와 그런 자세를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를 떠나는 감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희동 교수는 “다음 학기 강의를 담당하게 돼 아직 완전히 학교를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 생활에서 아쉬웠던 점이 생각난다”라며 “제자나 동료를 대했던 순간이든 연구하던 순간이든 항상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돼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방사성 동위원소 : 양성자 수가 동일해 같은 원소나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가 핵이 불안정해 방사성 붕괴를 하는 원소

사진: 이연후 기자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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