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의식의 성장으로 자유로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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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윤 기자
  • 승인 2020.08.30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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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교수 인터뷰 | 정년을 맞이한 교수들의 회고와 후학에게 전하는 말
김홍종 교수(수리과학부)
김홍종 교수(수리과학부)

지난달 8일 자연대(27동) 2층 연구실에서 김홍종 교수(수리과학부)를 만났다. 김 교수는 미분기하학을 오랜 기간 연구했고 ‘문명과 수학’ 등의 강의를 통해 수학의 매력과 본질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그는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자한 철학자의 인상을 풍기는 김홍종 교수에게서 수학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기하학(미분기하학) 분야를 연구했다. 그 분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설명을 한다면?

A. 기하학은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때 수학에서 말하는 ‘공간’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아주 넓은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수학의 공간 개념은 단순히 물리적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문화와 역사를 구성하는 시공간을 모두 포괄한다. 즉 기하학은 모든 인문·사회·자연 현상의 근본적인 배경으로서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하학은 공간의 다양한 형상과 ‘대칭성’이라고 불리는 개체의 속성을 연구한다. 

한편 철학자 플라톤을 인용해 기하학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론』에서 기하학을 비롯한 수학을 이상적인 이데아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 소양으로 소개했다. 그는 “기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나 컴퍼스로 측량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원불멸한 것, 다시 말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사물의 핵심에 놓여 있는 가장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말을 했다. 신비주의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수학자로서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Q. ‘문명과 수학’ 강의를 오래 진행하면서 수학을 자연과 예술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평한 분배, 암호와 게임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와 엮어 소개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의의나 가치는 무엇인가?

A. 수학이라는 학문의 가장 큰 가치는 겸손함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언급한 바와 같이, 수학의 기본자세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만을 바탕으로 세상을 설명하려는 태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구에서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인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어느 시점에 원래의 출발점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표면에서 우주를 향해 무한히 올라갈 때 우리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수학은 우주 공간의 속성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공간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수학의 또 다른 가치는 모든 현상의 근본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생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수학은 많은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아데닌, 구아닌 같은 핵산이다. 그런데 생명 현상의 근본은 핵산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결합하는 구조와 모양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하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세상의 아주 많은 것이 공간, 구조에 관한 문제로 환원될 수 있으며 수학은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통찰을 준다. 

Q. 그동안 후학 양성도 활발히 해왔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점적으로 추구한 가치나 교육 철학이 있나?

A.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식의 성장을 가장 중요시했다. 의식의 성장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자 자신의 무지를 깨우침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다. 이런 능력의 유무야말로 인간만의 특별한 역량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지점은 많은 학생이 가장 많이 배워야 할 시기에 진지한 지적 호기심과 순수한 마음을 잃고 지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문명과 수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고리타분한 수학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수업 초반에 무신경한 태도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강의가 끝나갈 즈음 이제야 수학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해 교육자로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김홍종 교수는 “짐을 정리하며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보니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보람찬 일도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이미 참 잘하고 있지만, 후학들이 학문을 의무감이 아니라 즐거움에서 했으면 좋겠다”라는 따뜻한 당부의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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