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을 먹는 방법
탕수육을 먹는 방법
  • 대학신문
  • 승인 2020.09.06 03: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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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철학과 석사과정)
조민수(철학과 석사과정)

살아가다 보면 종종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과 대화하게 된다. 물론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한 표현을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한 탓에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의견이 달랐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견을 달리하는 사안이 사소한 경우,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지 아니면 홍차를 마실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라면, 우리는 대화에 있어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사안이 중요한 경우, 예를 들면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먹을 것인지 아니면 소스를 부어먹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라면, 우리는 대화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심지어 대화를 나누는 도중 감정이 격해지거나 혹은 답답함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일지도 모른다. 물론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언성을 높이고 미간을 찌푸리거나 혹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말에 의문을 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탕수육을 먹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처럼 때로는 위와 같은 규범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런 규범을 잘 지킬 수 있을까? 나는 대화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이제 누군가와 탕수육을 먹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는 탕수육을 절반으로 나눠 각자 선호하는 방식대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탕수육을 덜어 먹을 접시가 없다든가 하는 이유로 결국 탕수육을 먹는 방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우리는 먼저 대화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일단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경우 탕수육을 먹는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 여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상대에게 다음에는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먹을 것을 약속함으로써 이번에만 양보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고, 혹은 지난번에는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소스에 찍어먹자고 권유할 수도 있다. 설사 우리가 탕수육을 먹는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탕수육을 먹기 위한 하나의 가능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우리는 굳이 탕수육을 먹는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낼 필요가 없으며, 상대는 대화에 있어 일종의 경쟁자이다. 

반면 우리는 탕수육을 먹는 방법에 대한 참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인 논변을 제시하고 상대의 주장과 논변에 대해 비판하는 방식으로 대화에 참여할 것이다. 이때 합리성에 대한 호소는 필수적이다. 우리는 각각의 주장이 혹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떤 함축을 갖지는 않는지, 그리고 제시된 논변의 전제들이 정말로 결론이 참이라고 생각할 좋은 이유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대화에 참여할 것이다. 이때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는 언성을 높이거나 미간을 찌푸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탕수육을 먹는 올바른 방법에 대한 참에 도달하는 것이 상대와 내가 공유하는 목표이며, 따라서 상대는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진심으로 궁금해할 수 있으며 제기된 비판을 참이라는 목표의 달성을 위한 조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대학원에 입학한 후 참을 목표로 하는 대화를 나눔에 있어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 및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은 모두 나를 포함한 대화 참여자 모두의 공통적인 목표인 참에 도달하기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이런 깨달음은 나로 하여금 참을 목표로 하는 대화를 지배하는 규범을 받아들이게 만들어 줬고 잘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아마도 이는 단지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참이라는 대화의 목표는 분명 중요한 사안들, 예를 들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나 피자 토핑으로서의 파인애플 같은 사안에 대한 대화를 지배하는 규범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며, 더불어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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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2020-09-12 14:12:09
재미있는 글이네요 ㅎㅎ

Mina 2020-09-07 11:30:11
재치있고 좋은 글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