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향 | 대학별 등록금 반환 문제의 현주소를 짚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범유행이 이어짐에 따라, 전국 대학들은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연장하고 시설 및 기구 이용을 제한하는 등 대면 접촉 최소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수업의 질 저하 △학내 시설 이용 불가능 등의 이유로 등록금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6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을 주축으로 진행된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이 그 면면을 보여준다. 현재 약 4천 명의 대학생이 모여 해당 소송의 소송인단을 구성한 상태이며, 소송 제기 이후에는 소송인단 대표들이 국회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주최하는 등 사태 공론화에 힘쓰고 있다.

 

대학가 등록금 반환,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가 실시한 대학별 등록금 반환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211개의 대학 중 149개의 대학이 등록금 반환을 결정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특별장학금 형태로 반환 절차를 진행했으며, 1학기 실납부액 일부를 환불하거나(인천대·경희대·성신여대·경북대 등) 2학기 등록금 일부를 감면하는(건국대·동국대·전북대 등) 방식으로 나뉘었다. 대면 실기 수업의 비중이 높은 예술계열 대학 역시 반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필수 집행 경비를 제외한 예산 잔액을 1학기 등록금 실수입액에 적용해, 향후 반환 금액을 책정할 예정이다.

모든 학생에게 일괄적으로 등록금을 반환하는 대신, 특정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액을 늘리는 대학도 있었다. 고려대는 총학생회와의 협의안 ‘KU 종합 계획’에서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재난장학금 지원 확대를 결정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전총협 김동현 코로나19대응팀장은 고려대의 경우 “본부 측이 직접 반환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며 “대안으로 캠퍼스 간 학생 대표자들과 함께 일부 학생들에게 재난장학금을 지원하는 형태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합의 과정을 정리했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과 대학 간의 갈등은 여전하며, 반환 액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학생들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구체적인 반환액은 대학별로 상이하지만, 반환을 결정한 대다수의 대학은 5~10%대의 감면 혹은 장학금 지급을 승인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전대넷 전다현 의장은 대학이 등록금 반환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이라 지적하며 “전반적인 반환 액수 역시도 학생 소송인단이 요구했던 실납입액의 20~50%라는 수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전 의장은 “비대면 전환 등의 이유로 1학기에 대다수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가의 반환액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 주장했다. 한편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등록금 반환을 결정한 건국대의 경우, 장학복지과 직원 A씨에게 반환액 비율의 책정 기준에 대해 묻자 “학생 대표들과 본부 협의체 간 타협으로 산출된 결과”라고 답했다.

등록금 논의 과정에서 대학원생이 배제되는 경향도 관찰됐다. 일례로 전북대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대학원생을 제외한 바 있다. 전북대 등록금 수납 기관 직원 B씨는 “본부에서는 대학원생이 보편 교육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라며 “대학원은 학부와 달리 필수 이수에 가까운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대학 차원에서 별도로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 계획이 대학원생의 등록금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도 했다. 정부의 계획안으로 인해 대학원생 등록금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 측 노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 지원 사업 기본계획’의 지급 심사 기준을 ‘실질적 자구 노력 금액’으로 설정해, 각 대학이 1학기에 학생들에게 지원한 금액을 평가 지표로 삼아 최종적인 재정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의 재정 부담을 덜고, 2학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문제는 자구 노력 금액을 산출할 때 대학에서 대학원생에게 지급한 금액이 제외된다는 점이다. 동국대 일반대학원 김정도 총학생회장은 “비대면 학사 운영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한 것은 대학원생도 마찬가지”라며 “본부가 대학원생 등록금 반환에 미온적인 이유도, 대학원생을 위한 재정적 노력을 교육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김우정 총학생회장 역시 “교육부의 사업 계획은 대학원생을 명백하게 차별하는 행보”라며, “정부가 과연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경청할 태도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 재정투명성 제고해야

대학 본부가 등록금 문제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학생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동현 팀장은 “지급 규모와 방식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라며 “사실상 대학들이 제시한 반환 계획은 ‘보여주기식 소통’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라고 짚었다. 대학원생의 경우 특히 등록금을 결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부생의 등록금 문제가 주로 다뤄지다 보니 본부와의 직접 소통이 더욱 힘들어진다. 김정도 총학생회장은 “해당 문제를 논의할 때 대학원생은 본부와 소통을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아 등록금 문제 해결이 더욱 요원해진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그 예시로 대학의 불투명한 예·결산 내역을 들었다. 김 연구원은 “결산안은 예산안과 달리 산출 근거를 명시하지 않아도 법적 문제가 없다”라며 “사실상 관계자가 아니면 예·결산안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많은 대학이 서버 구축·시설 운영·교직원 임금 지급 등을 이유로 환불 요구에 소극적이지만, 실제로 그만큼 예산이 많이 필요한지 학생 신분으로서는 알 길이 요원하다”라고 주장했다. 정보 제공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학생은 본부의 주장을 신뢰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갈등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교육부·대학 본부, 실질적 대책안 내놓아야

학생들이 대학 본부와 정부 측에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학생과 대학 간의 쌍방향적인 소통을 통해 학습권 침해를보상할 실질적 대책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다현 의장은 “대학에 학생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할 본부 산하 기구가 없는 게 문제”라며 “학생 의견을 체계적으로 모을 공식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동현 팀장 역시 “본부나 정부 주도의 해결방안보다는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학교별로 교육권 침해를 보상할 실질적인 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대학원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우정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의 학업적 성취 없이 대학의 연구 역량 제고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까지는 학부생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앞으로는 대학원생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학과 학생들의 노력에만 맡겨두기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에 개입하는 것도 요청된다. 김효은 연구원은 “주요 사립대학 대부분은 등록금 의존율이 높기에 정부의 재정적 개입이 없다면 온전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교육부의 개입 필요성을 역설하며 “1학기에 진행한 대학 재정 조사를 확대 실시해 재정 운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등록금 반환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재정 기준에 맞는 객관적인 환불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재정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로 불거진 등록금 논의는 단지 한 학기 등록금을 반환하는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그간 지속적으로 의문시돼 온 등록금 책정 절차의 불투명성과, 책정된 등록금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기도 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본부와 학생 간의 적극적인 대화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정부도 역시 교육 당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학생들과 본부의 상호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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