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향 | 대학가 코로나 블루의 현황과 해결책을 알아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등장한 지 약 9개월이 흐른 지금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다. 식당에서 제각기 떨어져 앉아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혼밥’을 하는 풍경은 당연해진 지 오래고 대부분의 회의나 수업도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교류는 뜸해졌고, 세상과 이어진 고리가 사라진 틈새로 우울과 무기력이 파고들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일상이 된 코로나, 우울해진 대학가=대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사회 활동이 위축되면서 대학가에도 코로나 블루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대생원) 윤숙경 전문위원은 “우울감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방문하는 비중이 전체 내담자의 30%를 웃도는 등 대학생의 정신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새내기 생활을 집에서 보내게 된 A씨(단국대·20)는 “수험 기간 내내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의 낭만을 송두리째 박탈당한 기분”이라며 “이대로 비대면 조치가 계속돼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대학을 졸업하게 될까봐 두렵다”라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대학 측에서는 학생들이 겪는 코로나 블루에 맞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심리 방역에 나섰다 조선대에서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원스톱학생상담센터’를 운영해 일주일 동안 백여 건의 심리 검사 및 상담을 진행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서울대 또한 비대면 상담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생원 김동일 원장은 지난 7월 개최된 ‘제7회 관악교육포럼’에서 “심리지원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시행하고 있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반영해 글쓰기와 같은 방식을 중심으로 상담 과정을 수정하는 등 비대면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달라진 세상, 어려워진 적응=대학들이 비대면 상담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비대면 지침으로 인한 제약은 심리상담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윤숙경 전문위원은 “온라인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소를 찾아 접속해야 하는데, 때로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접속할 수밖에 없어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라며 온라인 상담에 맞는 환경을 내담자 스스로 갖춰야 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짚었다. 아울러 임명호 교수(중앙대 심리학과)는 “화상 기술의 한계로 구성원의 언어나 행동을 임상 현장만큼 즉시 파악하고 대응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집단 상담에서는 비언어적인 제스처나, 내담자가 어떤 사람을 보고 말하는지와 같은 집단 내에서의 행동이 중요한 정보가 된다”라며 “비대면 상담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연결고리 없이 타국에 적응해야 하는 국내외의 유학생 및 교환학생은 코로나 블루에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언어적 장벽의 존재로 코로나 블루를 앓더라도 적극적인 상담 요청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공부 중인 한국인 유학생 B씨(24)는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 심리 상담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귀국하고 싶어도 자가 격리라는 현실적 문제가 걸려 답답하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각 대학의 심리지원센터에서도 코로나19로 홍보 부담이 가중됐다. 대학의 비대면 방침으로 등교하는 학생이 줄어들며 기존에 포스터나 현수막, 스티커 등을 통해 진행됐던 오프라인 홍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정승윤 씨(경제학부·17)는 “교내 심리 상담 서비스에 대해서는 학교를 오가며 알게 된 것이 전부고 비대면으로 전환된 이후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들은 바가 없다”라고 전했다.

◇비대면 위기, 전화위복의 기회=한편 비대면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 코로나 블루에 대응하려는 시도도 있다. 김동일 원장은 토론회에서 “비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편이 덜 부담스러웠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라며 비대면 상담이 오히려 상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기능할 때도 있다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그는 “공간적 제약이 없어진 까닭에 참여 인원이 늘어나 실제 참여자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라며 원격 상담의 장점을 환기했다. 임명호 교수는 “비대면 상담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라며 “내담자의 비언어적 표현보다 언어적 표현에 집중하면서 개인 위주의 상담을 더욱 자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블루를 겪는 유학생 및 교환학생에 대한 여러 대책도 강구되는 중이다. 공주대에서는 비대면 기간 동안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과 심리 검사를 지원하는 등 코로나 블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별도의 부서나 기관을 활용해 언어적 장벽을 해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희대 심리상담연구소 직원 C씨는 “유학생을 담당하는 부서를 별도로 둬 언어와 관련해 도움을 주고 있다”라며 “교내에서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외부 기관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한 결과 심리지원센터의 접근성이 개선된 사례도 있었다. 심태욱 씨(한국외대·17)는 “코로나19 이후로 인스타그램에서 심리상담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라며 “익숙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보니 오히려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라고 호평했다. 윤숙경 전문위원은 “대량메일을 발송하기도 하고,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라며 대생원 측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혼란을 겪었던 지난 학기와 다르게, 이번 학기의 비대면 개강은 학생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코로나 블루로 가라앉은 요즘과는 대비되는 예년 이맘때 늦여름 캠퍼스의 활기찬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거듭 새기며, 내년 봄에는 캠퍼스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