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할머니와 눈썹 문신을 하러 간 곳에서 나는 〈미스터트롯〉을 처음 보게 되었다. 집에 TV가 없어 TV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던 나였지만 〈미스터트롯〉은 단번에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전에는 나도 트로트가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가미해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어느새 나도 트로트를 즐겨 듣게 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트로트가 이렇게 유행할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내 첫 특집 기사 소재는 트로트가 되었다.

트로트 박사 학위를 딴 교수님, 대중문화평론가, 트로트에 관련된 논문의 저자를 만나고, 트로트 논문과 책을 읽으며 트로트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깊고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로트에 관한 이야기를 짧고 재미있게 풀어내 보겠다는 첫 생각과 달리, 트로트는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해야 할 만큼 방대한 역사를 가진 음악이었다.

또 조사할수록 트로트가 〈미스터트롯〉 등을 통해 재부상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트로트 재부상은 세대 간의 취향 갈등과 화합, 대중음악계의 주류와 비주류의 문제, 자본과 문화의 관계 등 다양한 원인과 담론에 기반해 있었다. 트로트의 유행 이면에 있는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는 측면도 발견하게 됐다. 이를 다 종합해 신문 한 면에 담아내는 데 꽤 애를 먹었다. 하고 싶은 말이 충분히 전달됐을지, 혹시 불충분하거나 왜곡된 부분은 없는지 걱정도 된다.

그러나 특집을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인터뷰를 위해 몇 시간씩 이동하기도 하고, 미국에 계신 인터뷰이와 ZOOM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10명의 인터뷰이가 있으면, 10가지의 트로트를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대학신문』에 처음 들어오면서 다짐했던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라는 소망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 특집 인터뷰를 하면서, 이메일을 통해 미리 약속을 잡고 하는 인터뷰에서 더 나아가 즉흥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를 위해서는 더 넓고 깊게 보는 시선과 좋은 기사를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용기를 갖춰야 할 것이다.

누구나 쉽게 즐기고, 가볍게 들으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중음악이지만,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면서도 트로트 특집을 위해 책과 논문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심지어 트로트 음악도 시대별로 열심히 들어봤던 시간들이 참 즐거웠다. 독자들이 특집 기사를 통해 트로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트로트 재부상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며 재밌게 읽어주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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