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창을 통해 성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언어의 창을 통해 성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 신다솜 기자
  • 승인 2020.09.20 05: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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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으로 바라본 성평등 언어 운동

지난 1일(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주간(9월 1일~7일)을 맞아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3」(성평등 언어사전)을 발표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18년부터 매년 성평등주간마다 성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생활 속 단어 10개를 선정해 성평등한 단어로 바꾼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 1」과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2」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3」에서는 법령·조례·행정 서식 등에 남아 있는 성차별 단어들이 그 대상이 됐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기획조정본부 소통협력팀 신나윤 대리는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시민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법령이나 조례, 행정 서식에는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되거나 여성 비하적인 성차별 언어가 존재한다”라며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3」을 통해 법령 등도 성평등하게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성평등 언어사전」, 그게 뭔데?

「성평등 언어사전」은 시민들로부터 직접 성차별 단어와 이를 개선한 성평등 단어를 응모받아 만들어졌다. 국어학 및 여성학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회의를 통해, 이렇게 제안된 단어 중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우선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는 단어 10개가 추려져 발표됐다.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3」에는 「경찰의식규칙」에 기재된 단어인 ‘학부형’을 ‘학부모’로 바꾸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나오는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저출생’으로 바꾸는 등의 제안이 포함됐다. ‘학부형’은 학생의 보호자를 아버지와 형으로 제한하고 있기에 어머니의 의미를 포함하는 ‘학부모’라는 단어로 개선됐다. 또한, ‘저출산’이라는 표현은 인구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고 있다고 지적돼 ‘저출생’이라는 용어로 이를 대체하고자 했다.

「성평등 언어사전」과 같이 성평등 언어 사용을 주장하는 운동은 1980년대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된 언어학계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운동에 기원을 둔다. 박진호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인기를 끌면서, 일상에 녹아 있는 성차별적인 언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사피어-워프 가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며 성평등 언어 사용 운동이 수그러든 반면, 한국에서는 2000년대에 이르러 이런 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박진호 교수는 “최근에는 언어가 생각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라며 “사피어-워프 가설이 다시 주목받으며 「성평등 언어 사전」과 같은 시도가 이뤄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언어가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성평등 언어사전」은 대체할 단어가 없거나 성차별적이라 인식되지 못한 채 사용돼 온 단어를 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은 “언어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며 전근대적 요소의 계승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의 ‘맨’(man)이라는 단어에 반영된 성차별적인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박진호 교수는 “상위 범주의 단어가 하위 범주 중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대상의 이름을 가져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라며 “‘맨’이 남자와 사람이라는 뜻을 모두 갖게 된 것은 남자가 사람의 대표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human)이라는 단어에 남자(man)가 들어 있는 것이나, ‘남자고등학교’를 ‘여자고등학교’와 달리 ‘남자’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고등학교’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성평등 언어사전」은 성차별 단어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평등 언어 운동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변신원 교수는 “「성평등 언어사전」을 통해 성차별적 언어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최근에는 이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테면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중단 여성’으로 바꿈으로써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의 상황을 단순한 경력단절로 인식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다른 차원의 논의를 전개할 수 있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단순히 새로운 단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성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기에 부족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남승호 교수(언어학과)는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사회의 문화와 구성원의 인식이 변화한다면 차별적 의미를 담은 표현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라며 “공적 문헌에서 성차별적 표현을 고치려는 노력은 좋지만, 이것만으로 일상적인 언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진호 교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 대중의 언어 감각에 맞고 쉬우면서도 의미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말로 ‘브랜딩’할 필요가 있다”라며 “사람들이 새말을 어색해하고 이에 호감을 갖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성평등 언어 운동의 미래는?

앞으로 성평등 언어 운동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성평등 언어사전」 뿐 아니라 「성평등 생활 사전 직장편」, 「성평등 생활 사전 학교편」, 「성평등 생활 사전 명절편」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일상 속 상황에서 사용되는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성차별적 법률 용어를 개선하는 노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신원 교수는 “일상어에 비해 법률 용어가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법률 용어는 국민이 사건과 상황을 바라보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성평등 언어 운동을 통해 성차별 단어를 개선하는 것에 더해서 차별적 구조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성차별적인 단어의 수정은 어디까지나 논의의 시작점을 제공할 뿐 사회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진호 교수는 “조직 내에서 여성의 위상을 높이고 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언어를 바꾸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성평등 언어사전」과 같은 성평등 언어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슬옹 원장은 “새말을 만들 때 공청회 등을 통해 초등학생까지도 아우르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몇 시민과 자문위원의 제언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온라인 소통 광장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성평등 언어사전」의 성과를 공유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마땅히 비판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평등 언어사전」이 우리 안의 성평등 의식을 깨우고 차별적 사회 구조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논의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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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뚱 2020-09-20 12:54:51
사전 꼭 필요한듯 뭐든 해야 바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