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공연 〈n개의 세계〉

21일(월)부터 25일까지 ‘2020 서울대학교 예술주간’이 이어졌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캠퍼스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동아리 공연 등 다채로운 예술이 펼쳐졌다. 전공자 외에 비전공자도 자신의 재능을 한껏 뽐냈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예술주간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

 

‘나의 공간은 나의 공간이다. 너의 공간은 너의 공간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우리는 다른 공간에 있다.’ 

문장에서 묘사하는 공간은 현실에서는 성립할 수 없지만, 작품 속에서는 존재할 수도 있다. 21일(월)부터 25일(금)까지 열린 ‘서울대 예술주간’의 개막공연 〈n개의 세계〉는 같은 공간을 다르게 보는 인간의 ‘인식’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김태훈 씨(조소과 석사과정·20), 김종록 씨(국악과·18), 임현진 씨(중어중문학과·16)는 5분 남짓한 영상에 다양한 인식의 중첩을 투영했다. 

작품 〈n개의 세계〉는 ‘디지털로 세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일상의 풍경을 바라보던 우리의 인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상 속 촬영된 사진을 통해 관객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익숙한 공간에서 평소와 다른 인식을 경험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사회대로 향하는 길목, 아랫공대로 향하는 계단의 풍경은 어디인지 모르게 뒤틀려 있다. 학생회관의 계단은 영상의 중심을 기준으로 대칭의 형태를 이루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거대한 건물 형태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자신과 다른 관점으로 캠퍼스를 표현한 영상을 보면서 관객은 익숙했던 공간이 어색하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혹은 당신과 나 모두 존재하지 않거나 당신과 나 모두 존재하는가’

영상 속 내레이션은 작품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음악이 없는 부분에서 가끔씩 들리는 목소리는 장자의 호접몽, 데카르트의 존재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글을 읽는다. 김태훈 씨는 내레이션에 대해 “세 명의 학자들이 인식에 대해 논하는 문장이 동시에 들리기에 관객은 귀에 들리는 단어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한다”라고 설명했다. 내레이션과 함께 고조되는 음악은 관객이 보고 있는 영상 속 중첩된 공간들이 자신의 공간인지 타인의 공간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소리들이 무자비하게 섞인 채로 진행되던 영상은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가 연주되며 조용히 마무리된다. 학교를 새롭게 보는 체험이 끝나고 관객은 영상 속에서 빠져나와 일상 공간으로의 복귀를 경험한다.

세 작가는 영상 작품으로 비대면 이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던 학교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중첩된 곳이었으며, 공간을 바라보는 각자의 인식이 모여 새롭게 형성된 공간은 생각보다 복잡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n개의 세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예술이 가득했던 닷새가 막을 내렸다. 특히 온라인에서도 진행된 이번 예술주간은 힘든 시기 마음의 여유를 잃고 지내던 구성원들에게 여유를 선사하고 미소를 띠게 했다. 예술주간을 통해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비록 예술주간은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서울대를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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