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플레이’하는 방법
교육을 ‘플레이’하는 방법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9.27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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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게이미피케이션에서 교육의 대안을 찾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적극적인 활동 및 콘텐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되기 시작했다. 김정태 교수(동양대 게임학부)는 “오늘날 IT 분야·스포츠·마케팅·행정 등 대부분의 분야가 게임 내 요소들과 융합할 수 있다”라며 게이미피케이션의 응용 가능성을 폭넓게 평가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은 이를 적용하려는 활동 그 자체를 ‘게임화’하는 것에 있다. 활동의 참가자들을 게임의 플레이어로, 활동 과정을 게임 현장으로 간주해 플레이어가 일정한 성취를 이룰 때마다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네이버 지식iN’에서 운영하는 지식인 등급제가 있다. 채택 답변 수와 답변 채택률, 활동 내역 점수인 내공을 종합적으로 수치화해 구간별로 등급을 설정한 것이다. 답변자는 이렇듯 활동 빈도에 비례해 포인트를 쌓아 상위 등급으로 오르는 보상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상위 등급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취욕이 자극돼,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구조다.

 

게이미피케이션과 교육,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이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 중고등 교육기관의 보편적인 교육 형태는 교수자의 강의로 ‘지식’을 학습한 학생이 ‘평가’를 거쳐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것이 마치 게임 내에서 특정 인물의 설명과 요구 조건에 따라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수행하고 일정한 보상을 얻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에 게임을 더하다』의 저자 칼 카프는 교육 과정을 게임화해 “각기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 다양한 학습자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역설한다. 이때 저자는 “퀘스트 수행 결과의 불확실성에 따라 보상에 대한 뇌의 반응도 달라진다”라며, 과제의 난이도를 학습자의 의욕을 끌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설계함으로써 학습 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수업의 숙제와 시험을 게임에서의 퀘스트로, 성적과 상금 등을 게임에서의 퀘스트 보상으로 치환함으로써 플레이 환경을 조성해 교육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때 게이미피케이션의 상호작용적 성격은 교육 과정에서 학습자의 학업 능률과 흥미를 신장시키는 데 기여하게 된다. ‘플레이위드 교육컨설팅’ 허은혜 대표는 “학습자는 게임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음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학습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포인트·배지·리더보드* 등 게임의 요소와 규칙을 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학습자가 “똑같은 플레이 환경에 놓인 또 다른 학습자를 만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 전략을 추구한다”라며 게임과 유사한 학습 환경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모든 요소와 상호작용해 게임적 경험(Gameful Expereince)에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과 교육의 만남, 이색적인 교육 현장을 만들다

특히나 대학가에서 비대면 수업 방침이 장기화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수업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태 교수는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된 대학 교육의 현장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유용한 학습 길잡이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김상수 교수(한양대 경영학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경영 시뮬레이션 솔루션 ‘비즈마스터’(Biz-Master)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게임 환경에서 가상의 기업을 직접 경영하며 마케팅·생산·재무제표 분석 등 실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김정태 교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아도 기존 강의에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해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예시로 ‘줌’(ZOOM)을 이용한 포인트 게이미피케이션을 들었다. 그는 “애플리케이션 내 채팅앱을 이용해 수업 참여도 및 질의응답의 수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포인트를 실시간으로 부여할 수 있다”라며 “부여한 포인트를 그대로 태도 점수로 반영하거나, 포인트로 지각을 면제하는 등 학생들과 세부적인 게임 룰을 정해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습에 임하는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유발해 학습에 활발하게 참여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콘텐츠의 일차적인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김성태 교수는 “플레이어인 학습자를 수업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라며 “줌 내부의 소회의실 개설 기능을 활용해 소규모 팀을 여럿 꾸리게 하고, 팀 간 프로젝트 경쟁 게임을 주선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라고 제시했다.

 

게이미피케이션,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어떻게 온라인 교육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허은혜 대표는 “오프라인 게이미피케이션 교육 콘텐츠를 온라인 버전으로 제작해 달라는 의뢰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온라인 교육 환경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게이미피케이션형 콘텐츠는 기존 교육 방식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플레이위드에서 교육컨설팅 콘텐츠 기획·개발을 담당하는 박성진 팀장은 “이제 플레이어 유형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MBTI 검사처럼 게임 속 플레이어의 유형을 세분화해 학습자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나아가 그는 “게임에 사용되는 포인트·배지·아바타 등 게임과 플레이어를 연결해주는 장치인 게임 매커닉스(Game Mechanics)를 한눈에 정리할 지도에 관한 연구 역시 필요하다”라고 향후 연구의 방향성을 논했다.

아직 게이미피케이션을 둘러싼 국내 연구가 초기 단계에 머물렀음을 지적하며 주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선도 있다. 김성태 교수는 “교육 효과의 제고를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또한 “대학원 과정에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전공을 개설해 게임과 비게임의 영역 간 융합 연구를 시행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개진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 및 연구자 지원이 요구된다는 논지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게임을 오락의 영역으로만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화상 강의를 통해 온라인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형태인 ‘웨비나’(Webinar) 등 비대면 소통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교육 체제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듯이, 게이미피케이션은 여타 제반 분야들과의 융합을 토대로 독창적인 교수방법론을 도출할 잠재력을 가졌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교육적 응용 가능성을 둘러싼 총체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더보드(leader-board): 스포츠 경기나 게임 등에서, 경기 및 플레이 환경 내 선두 그룹 선수들의 성적을 표시하는 게시판.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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