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스낵컬쳐’를 소재로 기사를 쓰고자 한 것이나, 스낵컬쳐 유형테스트를 만들고자 한 것 모두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스낵컬쳐를 소재로 골랐고, 유형테스트로 스낵컬쳐를 소개하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서 테스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재미’의 요소는 스낵컬쳐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스낵컬쳐를 소비하는 가장 일차원적인 이유는 ‘재미있어 보여서’일 것이다. 콘텐츠의 내용이 얼마나 알찬지, 유익한지는 사실 별로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재미있어 보여야 한 명이라도 더 클릭하고, 그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재미없어 보이는’ 콘텐츠는 소비되지 못하고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휩쓸려 내려간다. 그만큼 ‘재미’는 스낵컬쳐 콘텐츠 제작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스낵컬쳐는 소비 시간이 짧고, 금방금방 지나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점점 간단해지고, 축약되고, 일단 시선부터 끈다. 이런 스낵컬쳐의 성격을 완벽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 ‘틱톡’이다. 틱톡의 모든 영상은 길이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영상 저 영상 옮겨 다니기도 쉽고, 반응도 쉽다. 사람들은 쉽고, 짧고, 재미있는 틱톡에 열광했고, 곧 틱톡은 출시한 지 5년도 되지 않아 전 세계 7억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하게 됐다.

각 스낵컬쳐 분야의 크리에이터 분들을 인터뷰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웹드라마 분야 크리에이터 황경성 대표는 “웹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재미’다”라며 “그래서 우리 드라마는 항상 ‘반전’을 가지고 있다”라고 스낵컬쳐 제작의 핵심 요소로 ‘재미’를 강조했다. 컷툰 분야 크리에이터 무적핑크 작가는 “5분짜리 코너를 위해 5일을 회의한다는 개그맨들처럼, 오로지 재미를 위해 내 모든 지성과 재치를 동원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뉴스클립 분야 크리에이터 손재일 담당자는 <14F> 채널의 슬로건에 대해 “일반 뉴스보다 조금 가볍더라도 유익하고 즐겁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기존의 뉴스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설명했다. 이처럼 스토리 구성에서 ‘재미’를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하고, 재미를 위해 공감과 반전의 요소를 가져오며, 내용이 조금 가볍더라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구한다는 답변들이 말하는 것은, ‘재미’가 그만큼 콘텐츠 제작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스낵컬쳐 크리에이터들도 많은 사람에게 소비되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재미를 추구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스낵컬쳐의 성격에 대해 오직 재미를 위해 의미 없는 껍데기만을 소비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점점 긴 글을 읽지 않게 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감퇴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낵컬쳐를 소비하면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점점 콘텐츠들이 단순화되고, 재미를 추구하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콘텐츠 소비의 흐름이며, 재미있는 것을 보고 싶어 하고, 보고 싶은 것을 소비하는 것은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이자 권리(?)이다. 스낵컬쳐를 단순히 의미 없는 콘텐츠로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스낵컬쳐는 그 자연스러운 소비의 흐름을 타고 더 발전해 나가야 하는 단계에 있다. 

따라서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앞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미만을 추구해서 속은 텅 빈 콘텐츠를 생산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유익함만을 추구해서 아무도 보지 않을 콘텐츠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물론 소비자도 신중한 콘텐츠 소비를 해야겠지만 당연한 소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재미와 유익함 두 가지를 놓고 봤을 때 재미가 더 앞서는 요소일 수도 있다. 물론 유익한 것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지 않는 콘텐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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