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 진행 상황을 알아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와중, 학생사회는 최근 총학생회(총학) 선거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본래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던 선거 활동이 힘들어지며 학생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투표를 독려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에서는 총학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가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처럼 투표가 무산돼 총학이 구성되지 않을 경우 학생사회의 공백이 지금보다 심각해지리라는 우려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대학신문』은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이번 총학 선거가 대학별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나아가 학생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살펴봤다.

 

⃟대부분 비대면으로 선거 진행돼…추천인 명부 수합도 온라인으로 진행=연세대·이화여대·전북대·한양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 과정을 비대면으로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총학 비상대책위원회(고려대 비대위) 관계자는 “감염 위험을 고려해 현재 선거 과정을 전면 온라인 체제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후보자 투표 단계 또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울산대 역시 온라인 투표 프로그램인 ‘K-Voting’을 선거에 도입했으며, 충남대는 올해 대학 측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투표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후보자가 공식 등록되는 단계에서 필요한 추천인 서명 과정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한양대 총학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금) 온라인 구글 폼을 이용해 추천인 서명 명부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고려대 비대위도 “추천인 서명은 현재 온라인으로만 가능한 상태”라며 비대면 명부 수합을 올해 선거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로 짚었다. 부산대·성균관대·숙명여대 등도 이번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비대면 추천인 서명을 허가했다.

⃟투표율 하락 우려 고조…오프라인 선거에 맞춰진 선거시행세칙도 문제=학생사회 관계자들은 비대면으로 총학 선거를 진행함에 따라 과반 이상의 투표율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투표율 저조에 따른 선거 무산으로 비대위 체제로 진입하면 결국 학생회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한예종 유한나 총학생회장(미술이론과·18)은 “총학 선거 투표율이 저조할 것을 대비해 학생들에게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통해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와 선거 페이지의 주소가 담긴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만 했다”라며 “재학생들에게 하루에 두세 통씩 전화를 걸어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예종은 최근 총학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여섯 개 중 다섯 개의 단과대 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상황이다.

오프라인 선거에 최적화된 선거시행세칙도 선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0일 영남대 총학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시행세칙 개정안에 대한 배경 및 입장문’을 통해 올해 선거에 대해 예외적으로 온라인 선거를 위한 선거시행세칙을 신설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기존 세칙으로는 온라인 선거 유세·선거 운동·후보자 추천 활동을 규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 선거시행세칙을 정식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예종 유한나 총학생회장은 “지난 4월 제24대 한예종 단과대 학생회 보궐 선거 당시에는 온라인 투표와 선거 운동과 관련된 조항만 일시적으로 개정했지만, 현재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코로나19가 내년에도 완전히 종식되기 어려울 것 같아, 온라인 선거 체제 운영을 위한 세칙을 정식으로 신설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속 침체되는 학생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코로나19로 대학들이 선거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학생사회가 침체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학생회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학생회 정용호 전 임원(사학과·18)은 “코로나19 장기화가 학생사회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사회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라며 “모든 학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의제가 없다면 학생 개인에게는 굳이 학생회 활동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간식 배부나 상품 추첨 등의 단발성 행사만으로는 단기적인 관심만 유도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학생사회가 위축되지 않으려면 학생들의 관심과 공감대를 모을 수 있는 의제를 만드는 것이 요청된다. 고려대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사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침해될 수 있는 교육권 문제에 꾸준히 대응하는 등 학생의 권리 보장이라는 학생회의 근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한예종 유한나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공동체 의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본부와의 협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총학이 해당 문제에 대응하고 있음을 학생들에게 꾸준히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총학의 노력 외에도 학생 유권자들이 학내 문제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한나 총학생회장은 “총학이나 중앙운영위원회가 학생들의 관심을 독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내 사안을 고민하는 태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제기된 등록금 반환·교육권 침해 문제 등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불편”이라며 “학생회라는 자치기구를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정용호 전 임원 역시 “학생회가 단순히 학생의 민원을 해결하고 재미있는 행사들을 개최하는 기구가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올 한 해 각 대학 총학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을 고려해 대부분의 사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해 왔다. 그로 인해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등 사업 집행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한 가운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학생사회의 노력과 학생 유권자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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