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뿌리내렸는데, 어디로 가란 말이냐”

서울의 동남쪽. 경기도 성남의 판교지구가 들썩이고 있다. 몇 조로 추정되는 택지개발이익으로 전국의 부동산자금이 몰리고 있고, 청약만 돼도 몇 배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에 ‘부동산로또’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화려한 판교 이면에는 판교를 등져야 하는 원주민들의 눈물이 있다. 원래 판교 지구에는 1500세대 정도가 살았지만 현재는 300세대 정도만 남아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판교는 1979년에 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이나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2001년 환경보전지역이 해제되자마자 바로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되면서 토지주와 건물주는 20여 년 동안 침해받던 재산권을 또다시 침해받게 되었다.

IMF 이후 판교에는 더이상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거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개발이 안돼 빈 땅이 많던 판교에 무허가 건물을 짓거나 세를 들어 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수도권에 가깝고, 교통도 발달돼 있고, 임대료도 싼 판교의 장점을 이용해 꽃을 재배하거나 소나 돼지를 키워 팔았고, 작은 공장을 세워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많은 주민들이 집 짓는 돈을 아끼기 위해 화훼 비닐하우스나 공장 한 켠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했다.

판교지구에는 다른 택지개발지구에 비해 임대주택이나 중소형아파트가 많이 건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주자격은 청약저축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대부분의 판교주민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홍인옥 책임연구원(한국도시연구소)은 “정책취지가 주택가격을 내리기 위한 것일 뿐 서민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현재 건물주와 토지주 등은 대부분 보상을 받고 판교를 떠났다. 하지만 현행법상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비닐가옥 주민이나 세입자, 화훼농가, 영세공장주 등 총 300가구정도는 아직 남아 있다. 무허가 주택세입자와 비닐가옥 주택자는 공공임대주택 입주권과 가이주 단지 조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용창 교수(세종사이버대[]부동자산경영학과)는 “보상수준이 정해지면 거의 변동이 없다”며 “민사소송까지 가도 처음 보상액에 물가상승률 정도만 반영돼 판교 주민들의 요구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판교도 다른 철거지역과 마찬가지로 용역업체와 주민들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월) 오후 8시에 토지공사가 고용한 ‘용역깡패’ 200여명이  강제철거를 집행했다. 하지만 용역업체의 행동은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합법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경찰도 수수방관 하는 처지다.

판교에는 전국철거민협회 산하 판교택지개발주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하여 5개의 주민단체가 난립하고 있다. 택지개발 초기에 개발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단체는 하나였지만 보상방법에 대한 의견차이와 사기, 어용단체 난립 등의 문제로 총 6개의 주민단체로 나뉘어졌다.

판교택지개발주민대책본부 김설자 재정국장은 “판교에서 모두 힘들게 뿌리를 내렸는데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어딘가로 가야 할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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