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기증 받은 정자로 일본에서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사유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불법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다”라고 대답하며 이목을 끌었다. 

사유리의 발언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이른바 ‘자발적 비혼 출산’ 논쟁이 시작됐다. 결혼, 출산, 육아의 고리로 연결된 한국 사회의 현재 가족 제도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19일 보건복지부는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한국에서도 불법은 아니라고 말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기에, 배우자가 없는 경우를 제한하는 규정은 엄밀히 말하자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선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현행 윤리지침은 시술 가능 대상을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라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현행 의료 체계에서는 혼인한 부부만 인공 정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관행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런 제도적 문제는 ‘정상 가족’을 혼인한 부부로 한정하는 한국 사회의 폐쇄적인 가족관에서 비롯된다. 현재 국내법이 규정하는 가족의 범위는 협소하다. 현행 민법 779조에 따르면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만을 가족의 범위로 인정한 상황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따라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형태를 이뤄야 법적으로 가족이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형태만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가족의 전형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포함되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여겨져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주택 청약 자격, 전세 자금 대출, 육아 및 교육비 지원 등 경제적 혜택 역시 완전하게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때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동성 결혼 가족, 무자녀 가족 등 법적 정상에 속하지 못하는 가정들은 자연스레 도외시된다. 가족의 형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는데도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가 말하는 정상 가족으로서 4인 가족은 전체 가족 구성 중 16.2%에 불과하다. 반면 동일한 조사에서 1인 가구는 30.2%, 2인 가구는 27.8%를 차지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의 가정에서 2인 이하의 구성원이 한 가족을 꾸린다는 소리다. 나아가 통계청의 사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식을 가질 수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2012년에 비해 8.3% 증가한 30.7%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라는 구체적인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는 행위는 유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와 여기서 파생한 가족의 ‘정상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새롭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영국,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각지와 미국은 미혼 여성과 레즈비언에게 보조생식술을 허용하고, 법률혼 외의 동거 관계에 있는 비공식 가족을 위한 법적 제도를 정비하는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을 제도권 안으로 포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기존의 가족주의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 형태를 지금보다 폭넓게 정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다양한 가족이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제도적 보호망이 필요한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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